"교사 녹취 전부 공개하려다" 주호민, '아들 바지 사건'까지 다 말했다
특수교사 선처 번복 계기는 '요구사항' 때문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주 씨는 “특수교사 녹취 전부를 공개하려고 했는데 유죄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선생님한테 막대한 타격을 드리는 일 같아서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1일 오후, 6개월 만에 생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 모습을 드러낸 주 씨는 이같이 말하며 “녹취를 공개하고 싶은 이유는 많은 특수교사나 교원들께서 텍스트만 보시고 ‘이런 게 문제 되면 다 문제 된다’, ‘원래 이렇다’고 하시는데, 들어보시면 (A씨가) 단호하게 말한 게 아니라 비아냥이다. 그런 게 너무 답답해서 공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녹취 2시간 반 중 2시간 동안 아무 소리가 안 난다”며 “아이들을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전할 방법이 없다. 방안을 함께 제시했으면 좋겠는데 대립 구도로 가는 게 안타깝다”며 “많은 특수교사 접하면서 좋은 분들 많이 만났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부분 특수교사들께선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하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주 씨 아내는 2022년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토대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이 녹음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면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곽 판사는 “이 사건은 피해자 모친이 피해자에 대한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대화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이 수업은 의무 교육에 의한 공교육이라, 녹음돼 침해되는 사생활보다 보호할 수 있는 이익이 더 커 보인다. 법의 균형성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결국 통신비밀보호법에도 불구하고 (녹음 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A씨 측은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그는 “아이가 있던 특수학급은 선생님이 부재중인 상태다. 기간제 교사밖에 올 수 없었는지, 15개월 동안 7번이나 바뀌었다”며 “자폐 아동은 선생님과 오래 있으면서 유대감을 갖는 게 중요한데 그런 게 없어서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학 가려고 했었는데 여러 문제가 있어서 못 했다. 가정에서 보호 중”이라며 “특수학교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빈자리가 없고 중증인 학생이 우선이기 때문에 갈 수 있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더라”라고 설명했다.
주 씨에 따르면 애초 주 씨 아내와 처남은 교장에게 녹취를 들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하는 등 학교 측의 소극적인 태도에 교육청에 연락했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최초 발견자가 신고하는 게 맞다”는 등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고.
주 씨는 “아이가 선생님과 무거운 공기 속에 같이 있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분리를 원했는데 고소만 얘기하더라”라며 “그래서 ‘이런 발언이 아동학대가 될까요?’라고 교차 검증했는데 ‘5명의 호화 변호인단을 고용해서 선생님의 인생을 조지려고 했다는 것’으로 와전됐다. 그것도 전화로 했다. 10분에 만원,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주 씨의 아내와 처남이 A씨를 신고했고, 경찰 아동학대담당관도 학대가 맞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주 씨는 “선생님께서 신고 당하시고 병가를 내고 석 달 정도 안 나오셨다고 들었다”며 “신고 3개월쯤 후 연말에 기소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의 아동학대 기소율이 1.6%라고 알고 있다. 별것도 아닌 걸로 거는 진상 부모들이 많나 보더라.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그걸 뚫고 (A씨가) 기소 됐다는 건 혐의가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저희가 한 건 경찰서 가서 피해자 조사받고 녹음파일 낸 게 다다. ‘제발 기소해달라’고 요청한 적 없다. 검사님이 알아서 기소했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이 공포감을 느꼈을 수 있겠다 싶어서 선처를 결정하고 변호사 통해 좋게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을 대면하려고 했는데 부담스럽다며 거부하더라”라며 “그리고 상대 측 변호사를 통해 요구사항이 왔다. ‘무죄 탄원이 아니고 고소 취하서를 쓰고 그동안 선생님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학교를 못 나간 게 있으니 물질적으로 보상하라. 자필 사과문을 게시하라’는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그 다음 날 두 번째 요구서에 물질적 보상은 취소하고 ‘교사에게 사과를 받았고 학대가 고의가 아니었음을 확인했다’고 게시하라고 하더라”라며 “형량을 고려한 문장이었다. 글의 의도가 느껴졌다. 그래서 선처의 뜻을 거두게 됐다”고.
이 과정에서 주 씨는 “언론의 와전·왜곡된 십자포화로 극단적 선택도 생각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예로 그는 “아들이 여학생 있는데 바지를 내렸는데 보라고 내린 건 아니다. 그런데 바지를 내려서 그 여학생 얼굴에 들이댔다고 와전됐다”며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고 자폐아라서 4살 정도의 지능이다 보니까 이상한 행동을 할 수 있는데 목적범처럼, 성에 매몰된 짐승처럼 묘사를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은 잘못이니까 여학생 부모한테 사과하고 훈훈하게 끝났다”며 “장애아 부모는 사과가 일상”이라고 했다.
그는 “진의가 왜곡된 기사가 쏟아지면서 언론 대응을 하지 않고 재판에만 집중하기로 했다”며 “그때 아동학대 인권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해당 변호사는 주 씨에게 “특수학급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아동학대 가해자는 아이의 문제 행동을 부각 시키고 다른 부모들이 피해 아동의 편을 들지 않는 패턴”이라며 “주 씨가 이름이 알려져 있고 ‘서이초 사건’과 겹치면서 일이 커진 거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씨는 이날 방송 마지막 즈음에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 편만 든 임태희 경기교육감과 아들의 장애적 특징이 담긴 법원 증거 자료를 언론에 뿌린 교육청 변호사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류재연 교수와 악플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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