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고도 고마운, 한국의 대중교통[벗드갈 한국 블로그]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2024. 2. 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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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한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다 보니 ‘한국이 신기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전보다는 옅어졌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어느 순간 ‘이건 당연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한국에 익숙해졌다. 어떨 때는 몽골어보다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이 편할 정도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심리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낄 때는 자연스레 고향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러면서 ‘아, 나의 고향은 몽골이었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얼마 전 아이와 함께 택시를 탔다. 우리가 택시에 타자 기사님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택시 기사님께서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해서 문제라며 나라 미래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으셨다.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기사님의 이야기에서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었다. 기사님께서 이야기하던 도중 “한국인의 일자리를 외국인이 빼앗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외국인인지 눈치를 채시지 못한 것 같았는데, 그런 기사님께 ‘기사님, 저도 외국인이에요’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사실 이런 걱정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택시 기사님의 말씀처럼 한국에서 이득만 취하는 외국인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택시 기사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것처럼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뺏으려고’ 왔거나 한국에서 이득만 취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 내가 아는 외국인 대부분은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서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한국에 고마움을 느끼고 보답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필자처럼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며 ‘반(半)한국인’이 된 외국인도 많다. 이들의 경우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크다. 언젠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매력과 배울 점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였다. 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쩌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한국의 여러 면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라이브 방송을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한국의 매력 또는 배울 점은 첫째, 한국의 도로 편리성이었다. 필자 또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수많은 도로와 도로 건설 현장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건설 기술도 위대하다고 느꼈지만 교통의 편리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냈다. 한국의 교통수단은 정말이지 무척 다양하고 편리하게 잘 짜여 있다. 승객의 시간과 금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심지어 요금도 무척 저렴하다. 언젠가부터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었는데, 사실 매우 고마운 것이었다.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도 잘돼 있을 뿐만 아니라 급할 때 이용할 수 있는 택시 등 여러 급행 수단들도 잘 구축돼 있어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두 번째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것은 ‘위생’이었다. 특히 공공화장실이 편리하고 위생적이며 다양한 용품들이 잘 비치돼 있다고 이야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용품들이 그 자리에 늘 잘 있다는 것, 즉 한국 사람들은 공공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거나 만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공중화장실에 있는 화장지, 비누 등을 아무도 건들지 않는다며 놀라워한 외국인들이 많았다. 이는 비단 공중화장실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든 그랬다. 한국은 질서와 신뢰가 구축된 나라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의 성실함, 철저한 시간 개념에 대한 칭찬도 있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몇 년 혹은 몇 개월만 생활하여도 한국인의 부지런함을 반은 배워 간다’고 한다. 한국에서 배워 간 그 부지런함으로 ‘고국에서 빛을 봤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라 한다. 갑자기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게 뿌듯해지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생각할수록 장점이 많은 한국이다. 이런 한국에서 많은 외국인은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 점을 잊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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