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도 방어벽도 무너뜨리는 그들[펫 앤 라이프/이원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네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데는 상당한 품이 든다.
삶은 숱한 만남의 연속이며, 그 길에 부모도 있고 친구도 있고 연인도 있고 타인도 있지만, 반려동물들은 그 사람들과는 너무나 색다른 만남을 선사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사랑하는 존재를 볼 때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보호자의 눈에는 반려동물이 뭘 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들은 또 하나같이 천진난만하다. 그들과의 관계에서는 그 어떤 계산, 평가, 가식, 방어도 필요 없다. 우리가 늘 불편해하는 그런 것들이 개재될 틈이 없다.
고양이가 내게 와서 쿵 부딪치는(head bunting) 순간, 내 마음의 벽이 산산이 부서지고, 강아지가 쏙 하고 품에 파고들어 나를 핥는 순간, 나 역시 녹아내린다. 갇혀 있던 내가 사라지며, 집착하던 내가 사라진다. 잠시나마 나와 나 아닌 것,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며, 경계가 됐던 벽이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편안해진다. 조금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생각을 내려놓고 완전히 이완된다. 반려동물에 매혹되는 순간은 바로 이때인 것 같다. 세상에서 느낄 수 없었던 즐겁고 따뜻하고 편안한 감정을 반려동물과 함께할 때 충만하게 느낄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와 사는 시간이 마냥 행복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물론 즐거운 시간이 많겠지만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이 힘들고 고단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그동안 몰랐던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떨 때는 자신의 바닥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생소하고 때로 견디기 힘들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은 선물이다.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그저 감각적 만족과 통장의 잔고뿐이라면 얼마나 허전한 삶인가. 삶의 근원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고, 가장 순수한 사랑 중 하나가 반려동물과의 조건 없는 사랑이다.
삶은 숱한 만남의 연속이며, 그 길에 부모도 있고 친구도 있고 연인도 있고 타인도 있지만, 반려동물들은 그 사람들과는 너무나 색다른 만남을 선사한다. 전에 몰랐던 내 모습을 보며 감격스러울 정도의 생기를 자주 느끼게 된다. 그들의 생기가 그대로 전해져 덩달아 나도 생기 있게 살게 된다. 살아 있는 그 녀석들이, 죽어가는 우리들의 한 부분을 살리고, 그래서 우리를 온전히 살아나게 한다.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의 ‘한 동물을 사랑하기 전까지 우리 영혼의 일부는 잠든 채로 있다’라는 말이 이 뜻이 아닐까 싶다.
이원영 우리아이동물병원 원장·‘우리 아이 첫 반려동물’ 저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대통령, 7일 KBS와 신년 대담 방안 거론
- [김순덕 칼럼]이재명의 대통령 같은 신년회견
- 오신환 “‘명품 백 논란’ 김건희 여사가 설명하고 이해 구해야”[중립기어 라이브]
- 민주, 중대재해법 2년 유예 거부… “산업현장 노동자 안전이 우선”
- 한동훈 “국회의원 세비,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제안… 의원들 반응은
- ‘제작사 고가인수 의혹’ 카카오 김성수·이준호 구속영장 기각
- 평소 불안하고 예민해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 ‘쥴리 의혹’ 제기 안해욱 구속영장 기각…“증거인멸·도주우려 없어”
- [단독]민주당, 이르면 3일 선거제 ‘전 당원 투표’ 실시
- 尹, 불교계에 십자가·성당 그림 그려진 선물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