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까다로운 입국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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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을 방문하려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입국심사 규정이 대폭 강화된 탓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로스앤젤레스(LA) 공항 입국심사장은 늘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해 10월 태국 사람들이 한국의 까다로운 입국심사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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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태국 사람들이 한국의 까다로운 입국심사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태국의 한 인플루언서가 한국에 입국했다가 구금된 뒤 하루 만에 출국 조치됐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여러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한국 여행 보이콧이 확산했다. 우리 정부는 불법 체류자 관리를 위해 입국 절차를 엄격하게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나 태국인들 눈엔 미국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게다.
황당한 경우도 있다. 2004년 베트남 호찌민 공항에서 겪었던 일이다. 수하물 검사 도중 세관 직원이 여행 가방 안에 있던 기념품을 꺼내 보이며 반출이 불가하다고 했다. 분명 시내 기념품 가게에서 산 토산품이었다. 상호명이 적힌 영수증까지 꺼내 보였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포기하고 공항을 떠나야 했다. 귀국 후에 현지 교포와 통화하면서 “세관 직원들에게 몇 푼 찔러줬으면 될 일을 괜스레 고집을 피웠냐”는 핀잔을 들었다.
지난달 24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랴오닝성 선양공항에 내린 70대 한국인 정모씨도 입국심사 도중 낭패를 당했다고 한다. 중국 세관원들이 정씨에게 여행 가방을 열라고 요구한 뒤 다이어리에 부착된 세계지도에 문제가 있다며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 지도엔 대만이 타이완으로 적혀 있었다. 세관원들은 “중국의 일개 성(省)인 대만이 독립국이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며 트집을 잡았다고 한다. 정씨는 억류 1시간쯤 뒤 지도를 뜯어내고 나서야 풀려났다. 정치외교적 문제를 여행객에게 적용하는 입국심사. 아마도 중국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진풍경일 게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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