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단통법 폐지 이번엔 가능할까

송은아 2024. 2. 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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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이·현완으로 얼마인지만 물을 것.'

반면 단통법은 폐지돼도 소수자의 권리를 위협하지 않는다.

일단 단통법은 상반기 내 폐지가 힘든 상황이다.

이번에는 단통법 폐지가 선거용 공염불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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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이·현완으로 얼마인지만 물을 것.’

수년 전 돌연 스마트폰이 고장 났다. 마음이 급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모 전자상가에서 사면 저렴한데, 암호문 같은 저 조건을 꼭 지키라고들 했다. 번호이동을 할 거고, 구매할 때 내는 금액 외에 추가 할부금이 전혀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이외에 사설을 붙여선 안 됐다. 단속을 염두에 둔 판매자들은 구매자임이 확실해 보이는 이에게만 종이에 숫자를 적어 보였다. 판매가격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불러온 이상한 풍경이다.
송은아 사회2부 기자
시간이 흐르며 음지의 편법 판매는 변이를 거듭하는 듯했다. 이후로 몇 번 스마트폰을 살 때마다 ‘이번엔 어찌해야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 되지 않으려나’ 한숨부터 나왔다.

단통법만큼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든 법이 얼마나 될까. 2014년 이 법이 시행될 때 명분은 모든 소비자가 합리적 가격을 누릴 수 있게 하자였다. 결과는 정반대다. 10년 만인 지난달 22일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언급했다. 소비자들은 잠시 반색했지만 이내 ‘한두 번 속나. 선거용 립 서비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냉소가 아닌, 이유 있는 반대도 나온다. 법이 폐지되면 다시 통신사 간 경쟁이 과열돼 시장이 혼탁해지리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비자 간 정보 차별에 대한 보완책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 소외계층에 통신사의 출혈 경쟁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 취지에 맞게 통신사·제조사의 보조금 분리공시를 제대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단통법만큼 규제의 명분이 희박한 법도 없다. 시장경제에서 ‘헤비급 기업’들의 가격 경쟁 자체를 봉쇄하는 것부터 기형적이다. 과점 대기업들이 단말기를 고가에 팔 수 있게 보장하니, 통신사 호주머니만 두둑해졌다.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2014년 1조6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3년 연속 4조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4조5000억원가량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 통신비는 내려올 기미가 없다. 월평균 가계 통신비는 2019년 3분기 12만4500원에서 지난해 3분기 13만원으로 늘어났다. 통신사 간 차별화가 안 되니, 번호이동 규모도 2013년 1117만건에서 2022년 453만건으로 반 토막 났다.

단통법과 한 묶음으로 불만의 대상인 도서정가제에는 동네서점·출판업의 생존이 걸려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도 소상공인 보호·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이 논쟁 거리다. 반면 단통법은 폐지돼도 소수자의 권리를 위협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정보에 어두워 남보다 비싸게 스마트폰을 살 수 있지만, 이는 모든 유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독 스마트폰만 동일 가격이 형성돼야 할 당위성을 대기 힘들다.

이 법이 폐지돼도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많은 전문가는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라 보조금 경쟁이 불붙지는 않으리라 전망한다.

일단 단통법은 상반기 내 폐지가 힘든 상황이다. 법 폐지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동시에 해야 하는 데다 총선이 가로막고 있다.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럴수록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 이번에는 단통법 폐지가 선거용 공염불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송은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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