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글쓰기에 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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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적어도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많다.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마음을 없애려고 '말하듯이 쓰라'고 하지만, 그냥 입말을 글자로 옮겨 놓는다고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
글쓰기에 관한 다른 오해는, 안 해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으니 학생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므로, 사고와 정서를 언어화하는 글쓰기는 주체의 정신 능력을 다듬고 심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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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는 약속에 따라 사용하는 기호이므로 익히는 데 선생과 연습이 필요하다. 어려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글로 이루어진 글말의 세계는 입말의 세계와 다르다.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마음을 없애려고 ‘말하듯이 쓰라’고 하지만, 그냥 입말을 글자로 옮겨 놓는다고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글쓰기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이 생긴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 곧 문해력을 지닌 계층이 정보와 지식을 독점하면서 그들만의 성을 쌓자, 오해는 더욱 심해졌다. 그 성이 낮아지고 무너진 뒤에도 그것은 인습으로 남았다.
한국 문화에는 글을 이른바 ‘문학적인’ 것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서점에 가면 한눈에 보이듯이, 예술적인 글을 담은 책은 일부에 불과한데도, 실용적인 글을 낮추어 본다. 그래서 그런 분야의 쓰기에 힘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 가령 과학 글, 음악 글 등의 전문 문필가가 드물다. 때문에 관련 서적은 이른바 ‘원서’를 수입하거나 번역해 사용하는 학문 종속국이 되었다.
글쓰기에 관한 다른 오해는, 안 해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으니 학생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므로, 사고와 정서를 언어화하는 글쓰기는 주체의 정신 능력을 다듬고 심화해 준다. ‘문명’, ‘문화’ 같은 단어에 모두 ‘글월 문(文)’이 들어 있는 것은, 단지 생존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려면 그게 필요함을 말해 준다. 예전에 선비들이 글을 중시한 까닭은, 거기 담긴 바의 습득에만 있지 않다. 읽고 쓰는 활동 중에 일어나는 내면의 인식과 도야를 꾀했던 것이다.
가끔이라도 영상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써 보면 체험하게 된다. 스스로 온전히 자신의 주인이 되어 대상을 떠올리고 할 말을 고르는 동안, 우리는 ‘글의 세계’로 들어간다. 거기서 자신은 자기이면서 자기가 아니다. 글의 요구에 따라 자료를 모으고 상상을 펼치는 또 하나의 자아이다. 글쓰기에 눈뜬 사람이 그를 만나고 놀라는 예가 많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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