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이 본 '마동석' 기시감? 의식하는 것조차 강박" 마동석의 소신[인터뷰S]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저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해요."
마동석(52)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다. 그가 영민한 배우이자 에너제틱한 기획자라는 걸. 2023년의 1000만 영화 '범죄도시3'과 1년만에 돌아올 '범죄도시4' 사이, 그가 다시 돌아왔다. 전매특허 액션과 캐릭터로 무장한 채.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황야'는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궤를 잇는 작품이라 할 만 하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세상, 무법천지 속에서 작은 정을 붙이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거침없는 액션으로 그렸다.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액션이 폭발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우리가 아는 마동석이다. 악인에겐 강력하고 무자비하지만, 가족과 동료에겐 누구보다 듬직한 내편. 살기등등한 주먹을 휘두르지만 그 두툼한 손을 잡으면 온기가 전해지는 사람. 그리고 유머 한스푼.
'황야'에선 각종 총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한편 단검에 마테체를 휘두르는 등 이른바 '칼 액션'을 제대로 선보인 마동석을 볼 수 있다. 마동석이 통했는지, 그 색다른 액션이 통했는지, 혹은 둘 모두였는지, '황야'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TOP) 10 비영어 영화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액션 스타인 마동석에게는 할리우드에서도 축하 연락이 쏟아졌다 한다. 흥분한 기색이라곤 없던 마동석은 그저 "만들 때만 열심히 하지 그 다음은 하늘에 맡기는 것"이라면서 "그냥 좋다. 원래 일희일비가 없다"고 했다.
어쩌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보다 '황야'가 먼저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함께한 허명행 감독이 연출할 시나리오를 긴 시간 준비했던 마동석은 웹툰 원작 디스토피아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배경을 공유하는 액션물을 클라이맥스스튜디오와 함께 기획했고, 이전에 써둔 8페이지짜리 SF 액션 트리트먼트가 '황야'의 바탕이 됐다. 애초 액션 오락물로 기획해 서사를 걷어내면서까지 오락성에 집중했단다. 액션이 화끈한 반면 서사가 빈약하다는 지적에 마동석은 "서사는 다른 영화에서 만들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범죄도시'만 해도 많은 이야기를 안 해도 사람들이 세계를 알지만, 새로운 세계를 만들 땐 설명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오죠. 저희는 이번엔 액션을 위주로 한 오락성을 강조했어요. 1시간40분짜리 액션영화에서 서사까지 다 챙긴다는 건 돈까스 전문점에서 곱창전골도 찾고 라면도 찾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록키' 같은, 서사가 있고 휴먼드라마가 섞인 액션을 좋아해요. 그런 영화를 할 때가 있을 것이고 하고도 싶죠. 하지만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혼자 결정한 건 아니고요."
우리가 아는 '그 마동석'이 '황야'에 다시 등장한 것도 계산의 결과다. 그는 "'범죄도시'와 '황야'에는 '마동석'이 나온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스스로 구분하는 건 있어요. '황야'에는 '마동석'이 들어가야 유리한가, 아니면 다른 캐릭터가 들어가야 유리한가. 기획할 때부터 논의했어요. '이 오락적 액션에서는 '마동석'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고. OTT로 여러 사람에게 보여줄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어쩌다보니 '범죄도시' 시리즈가 3000만 가까이를 했고, 당연히 제가 나오면 기시감이 들죠. 그런데 영화는 그냥, 재밌으면 보는 것 같아요. 그런 걸 의식하는 것조차 강박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걸 해야한다는 강박조차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얘기지만 지금 개봉을 준비하는 '범죄도시4'는 내부시사-블라인드 시사 평점이 시리즈 중 역대급이에요. 기시감이 있다고 '마동석 캐릭터 많이 나왔으니까 그만둬야 한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 '시동'에 나오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웃음) 하지만 저라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죠. 또 다른 액션영화나 다른 영화에선 '마동석' 아닌 게 나올 수도 있어요. 일부러 찾아 다니며 나를 바꾸려 노력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아티스트'가 아닌 '엔터테이너'라 여긴다는 마동석은 "도전 안 하고 앉아있는 게 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마동석이란 장르'가 탄생해버렸지만, 그 또한 수많은 변주와 도전을 거친 결과다. 또한 수많은 관객이 다름아닌 '그 마동석'을 사랑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수많은 한국영화 명장면을 탄생시킨 액션 마스터이자, 영화감독으로서 '황야'와 '범죄도시4'를 연출한 허명행 감독은 그런 마동석의 진정한 지지다다. 전쟁같은 스턴트 연기를 펼치다 부상을 입고도 "밥 많이 먹으면 낫겠지?" 하며 서로를 위로하던 시절부터 마동석과 함께했던 사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마동석을 두고 드웨인 존슨처럼 세계에 통할 액션 스타라면서 "우리나라를 넘어서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황야'를 연출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허명행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처음 들었다는 마동석은 "드웨인 존슨은 키도 크고 잘 생겼다. 비교할 수 없다"면서 "제가 좀 부족하기 때문에 액션을 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언젠가 액션을 못 하는 날이 올 수 있다. 연기는 마라톤이라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면서도 "나이 50이 넘었지만 국가선수 선수들과 매주 스파링하면서 감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고 액션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긴 세월 부상이 많았지만 오랜 재활을 거쳐 회복했다며 "액션은 다 할 수가 있다" "발차기도 잘한다(!)"고 강조했다.
"저 건강해요.(웃음)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아프면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하고 싶은데 못했던 액션은 있지요. '범죄도시'를 보면 아시겠지만, 형사인데 뛰는 게 없어요. 몸이 더 괜찮아지면 추격과 액션을 다 하고 싶은데, 지금은 추격이 안돼요. 어디 가서 기다려야 돼요."
담백하게 당당하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다 '킥'을 날리는 그의 너스레에 그만 현장엔 웃음이 터졌다. 마침 마동석은 이날 인터뷰에 '범죄도시3' 등장때 입은 흰색-회색-검정색 바람막이 점퍼를 그대로 입고 온 터였다. 그대로 걸어 '범죄도시' 속으로 걸어갈 것만 같은 그에겐 여전한 에너지가 가득해 보였다. 배우와 캐릭터가 합일하는 '마동석'표 영화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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