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시위 확산에 놀란 EU “우크라 농산물 긴급 수입제한”
“환경규제 완화”도 발표
회원국 농민 불만 달래기
‘제한’ 여부 투표로 결정
기후대응 후퇴 비판도
유럽연합(EU) 및 자국 농업 정책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유럽 각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EU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도입하고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등 농업 정책을 일부 변경하겠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유로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유입으로 EU 시장 전체 또는 특정 회원국 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집행위가 시장 가격 왜곡 여부 등을 평가해 시정 조치를 취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집행위는 또 닭고기, 설탕, 계란 등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이들 품목의 수입량이 2022년과 2023년 평균치를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자동 면세 중단’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EU가 2022년 6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와 수입 할당량을 폐지하자 회원국 농민들은 이로 인해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밀려들면서 손해를 입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집행위는 다만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면제는 내년 6월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함으로써 회원국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집행위는 농업 관련 환경규제 완화 방침도 발표했다. EU는 생물다양성 및 환경 보호를 위해 경작지 4%를 휴경지로 두지 않으면 농업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내용의 자연복원법을 시행할 계획이었는데, 회원국들에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행위가 제안한 긴급 수입제한 및 환경규제 완화 등의 조치들은 EU 27개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집행위가 이날 이 같은 조처들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말부터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농민 시위가 최근 서유럽과 남유럽 등으로 확산하면서 각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오늘 발표한) 안정화 조치를 통해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농민들이 경제적 생존을 위해 느끼는 압박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EU 집행위에 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중단을 요구할 방침이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EU와 메르코수르 간 FTA는 우리 농민에게 좋지 않다”며 “이 협정에 서명할 수도 없고, 서명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일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날 집행위의 환경규제 완화 방침 발표가 EU 차원의 기후대응을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변화 관련 싱크탱크 E3G의 피터 드푸는 가디언에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으로부터 압력을 받는 마크롱과, 집행위원장 연임을 노리는 폰데어라이엔은 (규제 완화 압력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기후위기 대응에 반대하는 ‘그린래시’ 움직임이 오는 6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의회의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EU 환경 정책 전반이 후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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