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에 포위’ 가자 학교서 비닐에 싸인 시신 30여구 발견
이스라엘군이 포위 공격을 벌였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팔이 묶인 채 비닐에 싸여 매장된 시신 30여구가 발견돼 팔레스타인 당국이 전쟁범죄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외교부는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아에 위치한 한 학교 운동장에서 이스라엘군에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 최소 30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 학교가 피란민 대피 시설로 이용됐던 칼리파 빈 자예드 중학교라고 보도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이스라엘군이 대대적인 지상 작전을 벌일 당시 주민 수백명이 대피했던 곳이다. 지난해 12월 이스라엘군은 이 학교를 비롯해 베이트라히아 지역 2개 학교를 포위했고, 이 일대에서 격전이 이어졌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이곳을 촬영한 위성 사진에는 포격의 흔적으로 보이는 구덩이 여러 개가 포착됐다.
알자지라 등이 공개한 현장 영상에는 이스라엘군 철군 이후 돌아온 주민들이 운동장에서 검은 비닐에 싸인 채 모래에 덮인 시신들을 발견해 수습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시신 가방에는 바코드와 함께 히브리어로 쓰인 태그가 달려 있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협회는 “시신들은 눈이 가려진 채 손이 등 뒤로 묶여 있었다”면서 “이는 점령군(이스라엘군)이 그들을 체포해 즉결 처형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외교부는 “이런 잔혹한 시신들이 발견된 것은 이스라엘군이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 묘지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무덤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조사팀을 구성해 집단학살의 진상과 규모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멈춰달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소에 따라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으나 이스라엘은 ICJ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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