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정착한 ‘카자흐스탄 미술 거장’ “고국이 베푼 은혜 갚으며 살아갈 것”
‘고려인마을’에서 작품 활동 계속
“선조들 불굴의 화법, 후손에 전수”
“저에게 베풀어주신 은혜, 이제는 보답하면서 살겠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대표 고려인 화가 문빅토르(72)는 지난 1월31일 카자흐스탄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직후 이같이 말했다.
1일 광주고려인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문 화가는 카자흐스탄에서의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이날 홀로 한국을 찾았다. 두 자녀는 핀란드와 캐나다에서 각각 생활하고 있다. 입국 당시 그의 손에는 옷 몇 벌과 둥글게 말린 미완성 작품 등 50여점이 들려있었다. 그는 향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있는 광주고려인마을 지원센터에 정착해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광주고려인마을은 문 화가를 위해 이곳에 주거공간과 화실, 전시실을 마련했다.
그의 광주고려인마을 정착은 2022년부터 진행됐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에서 생활하던 그는 오랫동안 무릎 통증 등 지병을 앓아왔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당시 소식을 접한 광주고려인마을이 지역사회의 후원 등으로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하고 그를 초청했다.
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그의 건강 상태는 많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 광주고려인마을과 광주시민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수시로 드러냈다.
광주고려인마을을 상징하는 로고를 직접 그려 전달하고, 고려인 강제 이주 추상화와 홍범도 장군의 초상화 등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동시에 정착을 위한 F4(재외동포) 비자 취득 등 영구 거주를 준비해왔다. 문 화가는 광주고려인마을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는 “고려인 선조들의 강인한 민족정신과 불굴의 개척정신을 이어가도록 그동안 체득한 화법을 후손들에게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인 3세이자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미술계의 거장으로 알려졌다. 1951년 고려인 최초의 정착지인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의 바스토베 구역(옛 레닌기치)에서 태어나 1975년 고골 알마티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1977년부터 20년간 국립 고려극장 주임미술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은 카자흐스탄 대통령궁과 카자흐스탄 국립미술관을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집트, 일본, 러시아 등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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