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구마다 있던 기관 6곳으로 ‘통폐합’, 예산도 60% 삭감…중증장애 안전·구조 허점[빼앗긴 공간, 밀려난 사람]
중증장애인 응급안전관리요원 이동엽씨(65)는 지난해 12월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갑자기 들었다. 2017년부터 일해온 응급안전안심서비스 기관이 올해부터 통폐합된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중증장애인 가구를 방문해 이들의 생활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 등을 해왔다.
이씨는 1일 통화에서 “통폐합 보름 전 통보를 받았다. 당장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버티는 중”이라며 “약자를 신경 쓰겠다고 한 정부가 중증장애인을 지원하는 일자리를 줄이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중증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의 생활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즉시 구호기관과 연계해주는 서비스다.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장비 사용에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지급하고, 지자체가 수행기관을 공모하는 식으로 사업이 이뤄져왔다.
지난해까지 서울시 내 서비스 제공기관은 자치구별 1곳씩 총 25곳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6곳으로 통폐합됐다. 복지부 지원 예산도 지난해 13억4000만원에서 올해 5억3700만원으로 60%가량 삭감됐다. 특히 인건비가 31명분(약 9억원)에서 7명분(약 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센터에서 일하던 직원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었고, 남은 직원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중증장애인 수는 기존 70~80명에서 300명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직원 1명당 400명 이상을 담당하는 지자체도 있다. 당초 서울시에 배정됐던 수요에 못 미쳐 예산을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 대상이 달라 이 같은 일률적 비교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는 노인·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우리는 중증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해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력난은 응급상황에서의 발 빠른 대처를 어렵게 하고, 이는 곧 중증장애인들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년간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직원으로 일한 김모씨(37)는 “모니터링 기기가 잔고장이 자주 나는데 점검이 이뤄지지 않으면 응급상황을 제때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중증장애인 생활에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씨는 “중증장애인 어머니를 폭행하던 아들을 직원이 발견해 장애인권위원회에 신고하거나, 저장강박증이 있는 이들을 위해 직접 구청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면서 “활동지원사가 메우지 못하는 시간 공백을 응급안전요원들이 메우는 역할도 해왔다”고 했다.
사업을 이어온 복지기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왕창호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실장은 “응급요원들이 장애인들의 외부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해왔다. 안전사고 예방 외에도 여러 효과가 있던 사업이었는데 그런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지난 10년간 탈시설 기조를 이어온 중증장애인 복지 정책이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해고가 이뤄지지 않도록 서울시와 사전 조율을 했다”면서 “전국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올해 70명을 더 충원할 예정이다. 향후 각 지자체 상황을 고려해 직원 1인당 배정 인원을 줄여나가겠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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