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파업 ‘죽음의 국가 손배소’ 15년 만에 종료
국가(경찰)가 2009년 회사의 정리해고에 반대해 옥쇄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노동자들이 국가에 1억66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로 최종 마무리됐다.
대법원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과 폭력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노동자들의 손배 책임을 줄였지만 정부는 계속 이 법원 판단에 불복했다. 결국 파업으로부터 15년, 총 5번 재판 끝에 국가 손배 소송이 끝났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국가가 쌍용차 노동자 36명을 상대로 낸 손배 소송 재상고심에서 지난달 31일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9년 5월 정리해고에 반대해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헬기로 노동자들이 있던 공장 옥상에 유독성 최루액을 대량 투하하며 진압했다. 공장 옥상으로부터 낮은 고도로 제자리비행을 하면서 헬기 운행 때 발생하는 강한 바람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위협했다.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헬기와 기중기 일부 손상되자 국가는 손해를 물어내라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노동자들의 손배 책임을 인정했다.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노동자들이 물어내야 할 돈은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손배 소송으로 이중의 고통을 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손배폭탄’으로 대응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침해라며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운동을 전개했다.
대법원이 2022년 11월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경찰의 위법한 무력 진압을 방어하면서 경찰 장비에 일부 손상을 입혔다면 ‘정당방위’에 해당해 손배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 부상, 차량과 무전기 손상에 대한 손배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손잡고’는 입장을 내고 “5번의 재판을 통해 재차 확인한 것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 투입된 헬기, 대테러 장비 등 공권력의 사용은 통상의 용법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것, 노동자들의 저항은 정당방위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국가폭력을 인정한 재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판을 계속해 국가폭력으로부터 노동자들의 고통의 시간을 연장한 데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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