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판결’에 선생님들 격분…수업중 ‘몰래 녹음’ 증거로 인정됐다
피해아동이 장애인인 상황서
엄마가 옷에 녹음기 넣은 것
형법상 ‘정당행위’라고 판단
“앞으로 학생 어떻게 믿나”
현장 교사들은 당혹감 표시
수원지법 형사 9단독(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특수교사 A씨(42)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죄가 가벼운 범죄인에 대해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고, 유예 기간 동안 특정한 사고가 없으면 소송이 중지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주씨의 아내가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한 것은 장애 아동으로 등록된 피해자 모친이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녹음한 것으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폐쇄회로(CC)TV가 있는 어린이집이나 일반적 초등학교 교실과 달리 (피해자가 다닌) 해당 학급은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녹음 외에는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아동이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이고 학교 수업은 장애인 의무 교육의 일환인 공교육인 점을 고려하면 음성 파일 녹음과 공개는 사생활 침해보다 공익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녹음파일에 나타난 A씨 발언중 일부는 자폐성장애가 있는 피해 아동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들이라고 봤다. 특히 “버릇이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싫어. 싫어 죽겠어. 정말 싫어”란 A씨의 발언에서 ‘너’, ‘싫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섞어 사용해 부정적 감정 상태가 피해자에게 전달됐고, 이는 피해자의 정신건강을 저해하고 특수교사인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일부 “너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등의 표현은 혼잣말 형태로 짜증을 내는 불친절한 말투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거나,학대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 변호인은 1심 판결에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달초 대법원은 아이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교사 발언을 녹음해 학대 증거로 제출한 사건 판결에서 “교실 내 발언을 학생의 부모가 녹음한 경우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원심 유죄선고를 파기한 바 있다.
주호민씨는 이날 선고 후 기자들에게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전달이 어려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참아가며 버텨온 선생님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교육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라는 한탄의 말이 들린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교실 안에서 장애 학생이 남을 공격하거나 자해해도, 밖으로 뛰쳐나가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수학급뿐만 아니라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을 맡지 않으려는 선생님들의 기피 현상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교총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특수교사의 현실과, 교육적 목적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항소심에서는 몰래 녹음을 증거로 인정하지 말고, 특수교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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