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사건’서 증거 인정된 ‘몰래 녹음’… 교육계 반발 [사건수첩]
法 “정당행위로 인정…위법성 조각 사유 존재해”
주씨 “당시 녹음 외 어떤 방법 있나…모두 고민할 문제”
교육계 “불신의 판도라 상자 열었다…신뢰 무너질 것"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내렸다. 논란이 된 주씨 측의 수업 중 ‘몰래 녹음 파일’에 관해선 “장애아동 학대 정황이 녹음 외에는 확인이 어렵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교원단체들은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곽 판사는 쟁점이 된 녹음 파일(녹취행위)에 대해 “정당행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면서도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피해자가 4세 때 자폐성 장애인으로 등록된 점 △인지능력이 떨어져 아동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었던 점 △피해자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 신속한 확인이 필요했던 점 등을 거론했다.
아울러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이나 방어·표현 능력이 있는 학생들의 수업이 이뤄진 교실과 달리 CCTV가 설치되지 않은 맞춤 학습실에서 소수의 장애 학생만 피고인의 수업을 듣고 있었으므로 말로 이뤄지는 정서학대의 특성상 녹음 외에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었어” 등 나머지 발언에 대해선 “혼잣말 형태로 짜증을 낸 것으로 학대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체 수업은 대체로 피해자를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적 목적 및 의도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의 변호인은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주씨는 판결 이후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며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특수교사 선생님의 사정을 보면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가중된 스트레스가 있었고 특수반도 과밀학급이어서 제도적 미비함이 겹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학교나 교육청에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선) 여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대해선 “얼마 전 대법원에서 ‘몰래 한 녹음은 증거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해 굉장히 우려했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전달이 어려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씨의 설명에도 교육계는 반발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의정부 북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 교육감은 “재판부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돼 교육 현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경기도의 사건이지만 대한민국 특수교육 전체에 후폭풍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에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라는 한탄의 말이 들린다”고 덧붙였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