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뚜껑과 사막’ ‘피자와 고양이’…이 조합 대찬성일세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4. 2.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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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협업 나선 게임업계
넥슨 간판 ‘카트라이더’에
‘메이플’ 인기 캐릭터 접목
게임 신작 흥행 어려워지자
기존 IP로 수명 늘리기 전략
넥슨의 인기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메이플스토리M’ 주요 캐릭터가 접목된 모습. [사진 출처 = 넥슨]
실적 개선이 시급한 게임업계가 지식재산권(IP)강화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외부 협업(콜라보)를 강화하고 있다.

신규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해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미지, 식음료, 오프라인 상점 등 게임 밖 브랜드와 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하는 고전적인 전략에서 벗어나 타사 게임과도 손잡고 사용자 대상군을 넓히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그간 게임IP 개방에 보수적이었던 게임사들이 문호를 여는 것은 신작 흥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IP의 수명주기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는 폴란드 게임사 CD 프로젝트 레드(CDPR)와 손을 잡았다. 컴투스는 최근 회사의 간판 IP인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와 CDPR의 명작 역할수행게임(RPG)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의 협업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더 위쳐 3’는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만들어진 폴란드 작가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인기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PC·콘솔 게임이다. 2015년 출시 이후 여러 국제 게임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GOTY) 상을 받으며 누적 5000만장 이상을 판매했다.

이번 협업에 따라 ‘더 위쳐 3’을 대표하는 주요 캐릭터와 세계관이 ‘서머너즈 워’에 추가됐다. 2014년 출시돼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2억건을 달성한 ‘서머너즈 워’는 전 세계 94개 지역에서 매출 1위에 오르며 누적 매출이 3조 2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업 업데이트 성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 게임 모두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해외 사용자의 호응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형 IP의 경우 협업 업데이트 전후로 국내외 앱 마켓 순위가 반등하며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사례를 볼 때 흥행 역주행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컴투스는 이밖에도 올해 여러 해외 게임 개발사들과 접점을 늘려 대작IP 협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됐다.

넥슨은 회사의 대표 게임 2종을 붙이는 내부 협업을 시도했다.

넥슨은 최근 자사 인기 모바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장수 모바일 게임 ‘메이플스토리M’ 협업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핑크빈’과 ‘주황버섯’ 등 메이플IP의 인기 캐릭터를 카트라이더에 등장시켜 사용자들이 이색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외부 브랜드 협업을 통한 외연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팬심을 다져 사용자 이탈률을 낮추고 신규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라면, 음료와 같은 식품을 비롯해 카페 등 프랜차이즈, 캐릭터 분야 등에서 협업이 활발하다. 눈에 보이는 마케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선호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IP를 협업 파트너로 선점하기 위해 게임사간 경쟁이 불붙고 있다는 후문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IP 인기를 꾸준히 유지시키기 위한 협업이 이미 보편화 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분석에 따르면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서비스한 장수 모바일게임들은 연평균 15회 이상 IP 콜라보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는 대표 게임인 ‘리니지W’를 활용해 일본 규슈 지방에 위치한 사가현과 협업에 나섰다. 리니지 게임 속 맵에 ‘사가현 탐험지’가 등장하는 식이다. 또 사가현에 위치한 온천과 유적지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내달 3일까지 ‘리니지W’와 연계한 관광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펄어비스는 팔도와 손잡고 ‘왕뚜껑은사막’을 선보였다. [사진 출처 = 펄어비스]
이번 리니지W와의 협업은 사가현이 한국과 진행한 첫 제휴 사례로도 주목됐다. 지난해 펄어비스는 팔도와 손잡고 ‘왕뚜껑은사막’을 선보였다. 제품에 펄어비스 게임 ‘검은사막’ 디자인 패키징을 담았다. 네오위즈는 반올림피자와 손잡고 모바일 게임 ‘고양이와 스프’를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반올림피자의 콜라보 메뉴를 주문하면 고양이와 스프 인게임에서 사용 가능한 아이템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오프라인 마케팅 강화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사들이 팝업 스토어 등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이유는 유행에 민감한 Z세대들 사이에서 게임 인지도 자체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게임 매출 상승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이달 일본 서비스 3주년을 맞는 ‘블루 아카이브’ 팬을 위해 지난달 20~21일까지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었는데, 약 2만 명의 팬들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지난해 이디야커피와 함께 회사의 대표작인 ‘로스트아크’의 마스코트 ‘모코코’를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를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한달간 운영했다. 매장이 문을 열기 6시간 전인 새벽 3시부터 수십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오픈런’이 벌어졌고 오픈 당일 오전에만 3000명이 방문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한편 국내 게임사를 대표하는 3N2K(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는 이달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엔씨소프트, 넥슨, 크래프톤은 실적 발표일을 이달 8일로 확정했고, 넷마블도 비슷한 시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게임사 실적은 기존 IP의 인기와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반면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등은 연간 실적에서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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