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회복 움직임에…‘대중국 수출’ 20개월 만에 반등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대중국 수출이 20개월 만에 반등했다. 자동차까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수출 증가세가 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홍해 사태에 따른 물류 차질에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중국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출 전망은 안갯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546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8.0%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1년 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수출은 지난해 10월 반등한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세는 반도체가 주도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9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6.2% 늘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 확대와 수급 개선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실적이 개선됐다.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도 24.8% 늘며 역대 1월 기준 최대 실적인 62억1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일반 기계(14.5%), 가전(14.2%), 디스플레이(2.1%), 선박(76.0%), 석유화학(4.0%), 바이오헬스(3.6%) 등의 수출도 1년 전보다 늘었다.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06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1% 늘어나며 미국을 제치고 다시 최대 수출국이 됐다. 대중 수출이 증가한 것은 20개월 만이다.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3% 늘어난 영향이 컸다.
또한 대미 수출액은 26.9% 증가한 10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55.9%), 기계(80.6%)가 큰 폭으로 늘었다. 대미 수출은 역대 1월 중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지난해 12월 최대 수출시장이 20년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뀐 지 한 달 만에 자리를 다시 내줬다.
한편 지난달 수입액은 543억9000만달러로 7.8% 줄었다. 원유(6.0%) 수입이 늘었지만 가스(-41.9%), 석탄(-8.2%)이 큰 폭으로 줄며 에너지 수입액은 16.3% 감소했다. 비에너지 수입액도 4.7% 줄었다. 이에 무역수지는 3억달러 흑자를 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다만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점은 수출에 부정적 요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기업도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가 독자 수출 통제를 다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수출 통제가 동맹국으로 확대된다면 향후 대중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도 수출에 부담이 되고 있다. 홍해 무역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물류대란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2~12일 수출입 기업 11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74.6%가 물류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운임 인상에 따른 어려움(44.3%)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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