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협상 결렬
민주당, 의총 열고 ‘거부’ 결론
장외 투쟁 정의당 “다행”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에 대한 여야 협의가 결렬됐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추가 유예안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협상안을 거부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며 “정부·여당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확대 적용 2년 유예·산업안전보건지원청 2년 후 개청’ 협상안을 제시했고,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의총에서 의원 다수가 반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생기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으로 2022년 1월 시행됐다. 시행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엔 2년 유예를 뒀다. 국민의힘은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준비가 미흡하다며 50인 미만 적용을 다시 2년 유예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 추가 안전 조치를 요구했다. 여야 협상 결렬로 중대재해법은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국회 앞에 모여 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거세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민주당의 산업안전청 설립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지난달 29일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오찬에서 중대재해법 논의를 장시간 했고 어떻게든 내가 합의를 이끌어내면 좋겠다고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산업안전보건청 대신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이란 이름으로 단속이나 조사 업무를 빼고, 예방이나 지원에 방점을 둔 기구를 2년 뒤에 개청하자고 제안했다.
노동계 “개악 시도 무산, 환영”…대통령실 “소상공인 외면한 민주당 유감”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유예 없이 시행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과 단속·조사 업무를 위축시키면 산업안전청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면서 수용 반대로 기울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노동현장의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산업안전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법안 시행을 유예하는 것과 산안청 설립을 맞바꾸진 않겠다고 결론 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법 개악 시도가 무산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당장은 무산됐지만 법 후퇴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며 “정치권력의 노동경시, 생명경시 태도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고 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당연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드디어 유족분들이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면서 “정부·여당은 더 이상 가타부타 발목 잡으며 공포 마케팅 그만하고,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책 마련에 사력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합의 결렬 소식이 전해진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여당이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들의 어려움과 절박한 사정을 대변해 유예를 촉구한 부분이 있는데 민주당이 끝내 이 부분을 외면한 것에 대해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후 중대재해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여는 등 반발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협상의 최종 조건이라고 해 전향적 자세로 협상안을 제시했는데도 민주당은 800만 근로자와 83만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외면했다”며 “민주당의 비정함과 몰인정함에 대해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미덥·신주영·이두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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