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자녀 학대 의혹 교사 선고유예…"몰래 녹음 증거 인정"

[EBS 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았던 특수교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벌금형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해 정도가 명확히 파악되진 않지만, 미필적으로나마 정서적 학대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건데요.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자녀 가르치던 특수교사 '정서적 학대' 고소

1년 넘게 이어진 공방

1심 재판부 "유죄 인정"…선고유예 판결

인터뷰: 주호민 웹툰 작가

"자신의 자식이 학대를 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당연히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이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시는 특수교사분들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특수교사, 항소 결정

"몰래 녹음 인정에 유감"

인터뷰: 김기윤 고문 변호사 / 경기교육청

"특수교사하고 상의한 끝에 항소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에서 유죄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는데 재판부에 상당한 유감을 표합니다."

특수교사 일부 유죄 판결

학교 현장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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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취재 기자와 자세히 살펴봅니다.

박광주 기자, 논란이 뜨거웠던 사건인데 일부 유죄 판결이 내려졌죠?

박광주 기자

네 오늘 오전 수원지방법원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A씨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벌금 200만 원에 선고유예가 내려졌는데요.

선고유예는 가벼운 형에 대해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교사가 수업 중 했던 발언 중 일부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학부모가 고소하면서 시작됐는데요.

검찰이 문제 삼은 건 다섯 부분입니다.

당초 논란이 됐던 부분이 '밉상'이라는 표현의 문제와 뭘 생각하는지 묻는 부분, 또 통합반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하거나 ''버릇이 고약하다, 널 얘기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부분 등인데요.

오늘 재판에선 대부분 무죄로 인정했지만, 마지막 4번째 항목을 유죄로 봤습니다.

다른 표현들은 혼잣말 형태의 짜증이라거나 수업에 집중하라는 취지, 친구들과 함께 수업 듣거나 급식을 먹을 수 없는 이유를 반복해서 설명한 부분으로 볼 수 있지만, 너라고 특정하면서 피해자가 본인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표현을 했다고 보고 미필적으로나마 정서학대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이 발언들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항소를 통해 다퉈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정서적 아동학대는 아동의 심리와 발달에 해를 끼치는가가 중요한 기준인데요.

이 부분이 모호하다 보니 관련 사건마다 내용 자체에 대한 논쟁이 생기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A 교사의 발언들이 피해자의 정신건강에 어느 정도로 피해를 끼쳤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교사에게 유리한 점으로 짚었지만, 주호민 씨는 "아이의 내밀한 증상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서현아 앵커

얼마 전 몰래 녹음된 파일은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는데, 이번 사안에선 달랐나 봅니다.

박광주 기자

이번 사건에서 큰 쟁점 중 하나가 몰래 녹음한 음성 파일도 증거 효력이 있느냐, 하는 부분이었는데요.

지난 2022년 9월, 주 씨 측은 자녀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습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약 2시간 30분의 음성 기록 중에 교사 발언 일부가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보고 신고한 겁니다.

지난달 대법원에서는 비슷한 사안에서 교실 내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을 했는데요.

오늘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인지능력이나 표현력이 떨어지고, 방어 능력이 없다는 점, 또 교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지도 않고, 여러 학생이 수업을 같이 듣는 교실이 아니라 소수의 학생만 있던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놓고 교사 측 변호사들과 주 씨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기도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기윤 고문 변호사 / 경기교육청

"몰래 녹음이 증거 능력이 인정될 경우에 특수교사 제도는 존재하는데 과연 특수교사가 있을까라는 여러 말들을 했었습니다."

인터뷰: 주호민 웹툰 작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는 정말로 어떻게 이런 일들을 잡아낼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판결이 나온 직후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도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지난달 대법원에서는 비슷한 조건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는데도 증거를 인정했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교실 내 녹취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인지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나, 녹음 금지 조항이 포함된 교육부의 고시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현아 앵커 

1심 결과니까 앞으로 또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광주 기자

네, 재판 직후 변호인은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만, A 교사가 재판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늘 재판에는 A 교사가 소속된 초등학교의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학부모도 현장을 찾았는데요. 

A 교사가 직위해제 되면서 여러 차례 교사가 바뀌고 기간제 특수교원을 찾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번 판결 이후에도 고민할 점이 있는데요. 

바로 특수교육과 통합교육 현장입니다. 

학부모들이나 교원단체, 교육청은 물론이고 주호민 씨까지 공통으로 바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력과 제도적 지원은 충분했는지, 훈육과 학대 사이 기준은 무엇인지, 도전 행동에 대응할 적절한 후속 조치와 매뉴얼이 있는지, 교육 당국과 법원, 국회가 이에 답할 수 없다면, 비슷한 갈등은 다시금 학교 현장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모쪼록 이번 판결이 교육계 전반에 더 나은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을 고민하는 계기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