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최종 무산…이젠 퇴근 못하는 노동자 없어질까

조현호 기자 2024. 2. 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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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총, 50인미만 사업장 2년유예안 최종 거부 "노동자 생명 우선"
국민의힘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안도 걷어차…표만 의식, 국민기만"
"유족-노동자 절규 없어야" vs "형사처벌 공포, 가혹"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미만 사업장 적용을 2년 유예하자는 정부와 국민의힘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해 이 법안을 전면 시행할수 있게 됐다. 실제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곳은 대부분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안전한 노동환경을 확보하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노동계는 환영했지만 국민의힘과 경영계는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행정적 조치로라도 규제로 인한 중소상공인(경영자)들의 피해를 막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오후 국회 본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그래서 정부·여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시간 토론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중대재해법 50인미만 사업장 적용 2년 유예안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등의 조건을 제시해왔다. 그동안 이를 받아들이지 않던 국민의힘이 막판에 산업안전보건청을 만들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의원총회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50인미만 사업장 2년 추가 유예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이날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마친 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규탄대회'를 열어 민주당을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최종 조건으로 내건 산업안전보건청의 설치까지도 전향적으로 수용해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우리 협상안을 걷어찼다”며 “민주당의 최종 목적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가 아닌 그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하지 않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1순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기득권 양대 노총일 뿐”이라며 “선거에서 이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에 민생을 내던졌다. 오로지 표만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제 입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면서도 “정부와 함께 행정적인 조치를 통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정의당은 더 이상 출근했다 중대재해로 사망해 퇴근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강은미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반드시 정상적으로 시행이 되어야 한다”며 “정부여당은 더 이상 가타부타 발목 잡으며 공포 마케팅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강 의원은 “정부여당은 중재법 시행에 어깃장 놓듯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번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2년 후 설치하겠다고 조건을 내세운 것부터 이미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문경 화재로 순직하신 두 소방관 분들도, 부산에서 폐기물 작업 중 끼임 사고로 돌아가신 노동자와 평창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다 추락사하신 노동자 분들도 모두 매일 출근하는 일터에서 돌아가신 분들”이라며 “더이상 퇴근하지 못하는 가족, 친구, 동료는 없어야 하고, 다시는 유족과 노동자들이 차디찬 바닥에서 절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1일 오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50인미만 사업장 적용 2년 추가 유예안을 최종적으로 거부하기로 결정하자 국민기만이라며 규탄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노동계도 환영과 감시의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와 여당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가 무산된 것을 환영한다”며 “당장 오늘은 무산됐지만, 정부와 국민의힘, 자본권력은 법을 후퇴시키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끊임없이 거짓 정보를 생산하고 일부 언론의 허위보도를 통해 이를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노총은 “이번 국면에서 정치거래의 조건으로 언급된 산업안전보건청은 정치거래의 수단이 아닌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한 설립이 필요하다”며 “이 기관은 재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반발하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에서 “중소기업계는 매우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오늘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83만이 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예비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 복합 경제위기로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형사 처벌에 따른 폐업 공포를 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중소기업인들도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안다.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총도 앞서 지난달 25일 내놓은 입장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중처법이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보완입법(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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