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스마트폰과 맞바꾼 목숨들

기자 2024. 2. 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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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뭘로 만들까? 플라스틱, 유리, 그리고 60여종의 금속이다. 볼리비아의 세로리코산은 무분별한 광물 채굴로 인해 무너져 내릴 위험에 처했다. 무너져 내릴 경우 시 전체가 없어질 거라고 한다. 노동자들은 규소폐증이라는 폐질환을 앓고 있는데, 평균수명이 40세에 불과하다. 공기가 희박한 해발 4600m 고도에서 어린아이들 3000명이 일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가장 좁고 깊은 곳으로 간다. 콜탄은 콩고민주공화국의 비지 광산에서 채굴하는데, 이 작업으로 인해 고릴라의 90%가 사라졌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무장집단의 통제를 받으며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애플 본사는 편집증에 가까운 엘리트주의에 의해 굴러간다. 개발 노동자들은 창문 없는 사무실에서 지나친 보안과 휴일과 휴가가 허락되지 않는 마라톤 근무로 20㎏이나 더 늘고, 이혼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마비와 암으로 죽는다.

2016년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하청업체에서 노동자 7명이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시력을 잃거나 뇌손상을 입었다. 2023년 베트남의 삼성전자 하청업제에서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37명의 노동자가 실명하고 1명이 사망했다.

아이폰을 조립하는 중국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들은 1년을 채 못 버틴다. 휴무 없이 주당 100시간을 일하는 고된 노동에 시달릴뿐더러 모욕과 굴욕적인 처우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 공장의 관리자들은 동물원의 조련사에게 노동자를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2010년에 자살한 노동자만 14명에 달하는데, 이 공장에서는 기숙사에 그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판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 저임금을 받는다. 2014년, 매장의 노동자들은 휴식시간 부족, 업무에 밀려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 등 노동법 위반 사례들로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법원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중국의 구이유에는 전 세계 전자폐기물의 70%가 모인다. 이곳에서는 맨손으로 기기를 분해하고 회로기판의 납땜을 한다. 마을 사람 모두가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있고 아이들의 80%가 납중독에 걸려 있다. 케냐의 단도라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폐기장이 있다. 3000명의 사람들이 여기서 일하는데, 세균과 독성물질, 콜레라의 위협에 노출된 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스마트폰을 줍는다.

송신탑을 급하게 많이 설치한 탓에 2003년 이후 사망한 노동자만 130명이라고 한다. 기술과 혁신의 아이콘 스마트폰은 사실 무수한 죽음과 맞바꾼 무시무시하고 께름칙한 기기다. 누가 죽든 병들든 상관하지 않고 매해 12억대씩 새로 만들어진다. 올해 버려질 스마트폰의 개수만 53억대다.

우리는 왜 멀쩡한 폰을 버리고 신제품을 구매할까? 잠을 잘 때조차 스마트폰을 끄지 못할까? 억울한 죽음의 행렬을 듣고도 기기에서 손을 뗄 수 없을까? 우리 역시 병들었기 때문이다. 노모포비아(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중독 현상)에 걸려 통제력을 기기에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이 다 무너져 내린다는데도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가 진짜 현실을 살고 있기는 한 건가? 당신은 정말 편리함과 생(生)을 맞바꿀 생각인가?

최정화 소설가

최정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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