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같이 봉사 가기로 했는데…” 순직 소방관, 끝까지 사람 돕다 떠났다
6년차 김수광 소방교
인명구조사 합격 등 열의
작년엔 68일간 수해구조도
특전사 출신 박수훈 소방사
“소방과 결혼” 남다른 애착
구조대 자원 2주만에 희생
소방청, 특진·훈장 추서
모두 미혼인 두 소방관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으로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인명 구조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박 소방사는 특전사 11여단에 근무했던 중사 출신이다. 그는 ‘사람을 구하는 일에서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22년 2월 구조 분야 경력경쟁채용에 지원해 임용됐다. 박 소방사는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는 태권도 지도자와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있는 등 다방면에 걸친 재주꾼으로 알려졌다. 박 소방사는 지난달 17일 다른 부서에서 자신이 원하던 구조구급센터로 발령받아 근무한 지 불과 2주 밖에 지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북 구미 출신인 김 소방교는 2019년 7월 소방관 공개경쟁채용으로 임용된 6년 차 소방관이다. 지난해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조차 취득하기가 어렵기로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하는 등 전문성을 키워왔다. 몸에 밴 봉사 정신 덕분에 지난해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명의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의 한 동료는 “평소에 참 밝고 성격도 좋았다”며 “이렇게 가다니 너무 허무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두 소방관은 지난해 7월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 당시 문경시, 예천군 등에서 68일간 수색 활동에 나서 실종자들을 찾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번 화재 당시에도 “사람들이 있다”는 공장 근로자들의 말에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 출동 지령을 받은 뒤 10분 만인 전날 오후 7시57분께 불이 난 육가공공장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건물에서 사람들이 대피한 뒤에도 공장 내부에서 추가 인명 검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색에 나섰다. 4층 규모 건물 내부를 수색하던중 화염이 급격하게 치솟으면서 이들은 고립됐고 끝내 건물이 붕괴하면서 탈출하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 1시 1분과 오전 4시 14분쯤 7m 거리를 사이에 두고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이들이 탈출을 위해 3층 계단실 입구까지는 다다랐지만 미처 내려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3층 바닥 면이 붕괴해 2층 높이까지 내려앉았기 때문에 두 대원이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다.
소방청은 옥조근정훈장 추서와 1계급 특진, 대전현충원 안장 및 국가유공자 지정 등으로 두 소방관을 예우할 방침이다. 오는 7일까지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3일 영결식까지 조기를 게양한다. 경북도소방본부는 고인들의 고향인 구미·상주소방서와 경북도청 동락관, 문경소방서 등 4곳에 1일부터 5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 소방 영웅의 희생 앞에 옷깃을 여미고 삼가 명복을 빈다”며 “공동체를 위한 희생은 고귀하다. 두 소방 영웅의 안타까운 희생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할 이유”라고 추모했다. 이날 빈소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찾아 조문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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