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건강?" 시금치 양상추 먹어라...구강청결제 보다 좋아
잎채소는 건강 식품으로 꼽힌다. 그런 잎채소가 잇몸병의 예방과 치료에 구강청결제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시금치 등 잎채소에서 발견되는 '질산염' 분자는 잇몸병 예방 등 구강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살균 구강청결제처럼 부작용이 없으면서 효과가 좋다.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대(UWS) 미아 커슨즈 벌리 박사(보건생명과학부)는 "잎채소에는 질산염이 풍부하며 이는 입안의 '질산염 환원 박테리아'에 의해 산화질소로 바뀐다. 산화질소는 잇몸병, 충치를 일으키는 나쁜 박테리아의 증식을 막고 구강 산도를 낮춰준다"고 말했다.
잎이 많은 녹색채소인 잎채소로는 시금치, 양상추, 비트 뿌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잎채소에는 질산염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고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제도 많다. 잎채소로 이뤄진 식단은 건강한 체중의 유지와 면역체계 강화는 물론 심장병, 암,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질산염에서 비롯된 산화질소는 혈압을 낮추고 운동 능력을 높여준다.
잇몸병의 일반적인 치료에는 살균 구강청결제를 쓴다. 증상이 심하면 항생제를 복용한다. 이는 구강건조증, 항균제 내성, 혈압 상승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칫솔질과 치실을 충분히 쓰지 않으면 치아와 잇몸 표면에 끈적끈적한 박테리아 층인 플라그(치태)가 쌓인다. 플라그는 충치와 잇몸병을 일으킨다. 단 음식과 산성 음식, 구강 건조증, 흡연은 심한 입냄새와 충치, 잇몸 감염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잇몸병(치주병)의 주요 유형은 치은염과 치주염이다. 치은염은 잇몸이 붉어지고 붓고 출혈을 일으키는 증상을 보인다. 치주염은 더 진행된 잇몸병으로 치아를 받쳐주는 연조직과 뼈에 손상을 일으킨다. 이는 치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구강 내 박테리아가 혈류로 들어가면 심혈관병, 치매,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앞서 UWS 연구팀은 운동 선수를 대상으로 질산염과 구강 건강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운동 선수는 잇몸 조직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한다. 스트레스와 훈련 중 가쁜 호흡에 의한 구강건조증으로 잇몸병에 걸리기 쉽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잎채소인 비트 뿌리 주스(질산염 약 12밀리몰 함유)를 마시면 산성 스포츠 음료 등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선수의 충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질산염을 '구강 건강 프리바이오틱스'로 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커즌스 벌리 박사는 "청결한 구강 위생과 질산염이 풍부한 식단은 신체 건강, 활기찬 미소, 질병 없는 잇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임산부, 노인 등 취약 계층에 좋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플라그를 없애고 잇몸병을 치료하기 위해 클로르헥시딘이 들어 있는 살균 구강청결제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구강청결제는 좋은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를 가리지 않고 없애며 구강 산도를 높여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클로르헥시딘이 항균제 내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균제 내성으로 전 세계에서 2050년까지 매년 1000만 명이 숨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비해 질산염은 질병과 관련된 박테리아만 골라 없애고 구강 산도를 낮춰주고 균형 잡힌 구강 미생물을 생성한다. 그렇다면 건강하고 하얀 치아를 위해 잎채소를 매일 얼마나 섭취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식사 때 시금치, 케일, 비트 뿌리 등을 충분히 먹으면 약 6~10밀리몰(mmol)의 질산염을 흡수할 수 있다.
커즌스 벌리 박사팀의 또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주병 환자의 플라그 검체를 6.5밀리몰의 질산염으로 처리한 결과, 건강한 박테리아 수치가 높아지고 산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잇몸병 환자가 상추 주스를 2주 동안 섭취하면 잇몸의 염증이 줄고 건강한 박테리아 수치가 높아졌다.
커즌스 벌리 박사는 "질산염이 구강 건강의 초석이라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할 때 잎채소를 씹어 먹으면 잇몸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입안이 개운해지고 구강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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