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로 돌아선 美연준… 5월 이후나 인하 가능성
파월 "인하 서두를 필요 없다"
페드워치, 5월 인하 95% 전망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우리나라도 당분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게 됐다. 시장의 여전한 관심은 한미가 언제부터 통화정책의 기조를 전환(피벗)할 것인가이다.
◇ 美연준, 네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연준은 31일(현지시간)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낸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적절한 '추가 금리 인상'(additional policy firming) 정도를 결정할 때 긴축적 통화정책의 누적 효과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연준은 대신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이 있을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6개월 간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좋게 나왔다"면서도 "근원 인플레이션이 아직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연속되는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하다면, 우리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이러한 기조를 재확인하고 서두를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3월 조기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두고 봐야겠지만 FOMC가 3월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할 만큼) 확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에 나서겠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란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한 셈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등은 이번 연준의 결정에 대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책결정문에서 '긴축 편향' 단어를 삭제해 중립적으로 변했지만, 파월 의장이 3월 회의에서 금리 인화를 정당화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하는 등 3월 금리인하 기대를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런 발언은 연준이 이르면 3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은 3월 대신 5월 인하 가능성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전날까지만 해도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41%로 봤지만, FOMC 회의 이후 35%가량으로 내려갔다. 반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전날의 85%에서 95%로 뛰어올랐다.
◇한은, "물가 안정, '라스트 마일' 리스크 유의해야"
한국은행 역시 고금리 지속을 예고했다. 한은은 최근 '물가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물가 하향 추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했던 사례를 보면, 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전했다. 이어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 긍정 신호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도록, 다양한 지표들의 추세적 움직임을 인내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과 10월 3% 후반대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3.2%까지 내려오는 등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방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국제유가 불확실성을 비롯해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여부 등이 변수로 꼽힌다.
한은은 미 연준의 금리 동결 발표 이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부총재는 "연준이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 지표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금리 인하 시점은 '물가 안정'에 달렸다는 뜻이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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