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구세주가 돌아왔다!" 승부차기 2연속 선방 '빛' 조현우, 16강 베스트 11 선정
[포포투=김아인]
조현우가 아시안컵 16강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8강에 진출, 호주와 맞대결을 치른다.
64년 만의 우승을 향한 목표로 시작한 아시안컵. 조별리그부터 다소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1차전에서 17년 동안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바레인에 실점까지 하며 다소 고전했다. 3-1로 승리하면서 무난한 출발을 알리는 듯 했지만, 이어진 2차전 요르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선제골을 넣고도 전반에만 2실점을 하며 끌려간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간신히 상대 자책골로 균형을 맞췄다.
최종전은 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와 만났다. 한국과 100위 이상이 차이나는 최약체였다. 선제골을 넣은 한국은 후반 동안 말레이시아에 역전을 허용했다. 바레인이 요르단을 1-0으로 제압하면서 실시간으로 조 3위까지 떨어지는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치열한 혈투를 벌였지만 결과는 아쉬운 3-3 무승부였다. 한국은 간신히 조 2위에 올라 16강에 진출했다.
첫 토너먼트에서 만난 상대는 '다크호스' 사우디아라비아. 중동 국가의 홈이나 다름 없는 이번 대회에서 중동 팀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렸고, 대회 시작 후에는 2승 1무로 F조 1위에 올라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사우디는 여유 있게 한국과의 맞대결을 준비했다. 최종전에서 주전 선수들의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한국의 부진한 경기력에 내내 자신감을 보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대회 장소 전역에서는 취재진과 관중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한국을 무시하며 강력한 응원전을 예고했다.
예상대로 쉽지 않은 흐름으로 흘러갔다. 사우디에 선제골을 헌납한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까지 0-1로 끌려갔다. 패색이 짙어지던 때에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극적으로 조규성이 헤더 골을 성공시키며 균형을 맞췄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연장전까지도 승부가 나지 않았고, 결국 승부차기가 진행됐다.
절체절명의 순간. 수문장 조현우가 맹활약을 펼쳤다. 한국은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손흥민,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이 모두 성공했다. 반면, 사우디는 세 번째 키커와 네 번째 키커가 실축했다. 조현우의 날카로운 2연속 선방이 빛을 발했다. 극적인 드라마를 탄생시킨 한국은 8강전에 진출하며 호주를 만나게 됐다.
대회 직전, 그동안 주전 골키퍼 자리를 지켰던 김승규가 부상으로 낙마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이에 조현우가 대신 선발로 나서게 됐다. 그러나 한국이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고, 조별리그 기간 실점 역시 6실점이라는 기록으로 역대 조별리그 최다 실점 불명예를 안게 되면서 조현우의 마음고생도 심해져 갔다.
그러나 사우디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공식 베스트 11에도 선정됐다. AFC는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16강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11명의 선수를 발표했다. 조현우는 한국 선수들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일본 선수 중에는 이강인의 절친 쿠보 타케후사를 포함해 우에다 아야세, 마이쿠마 세이야가 이름을 올렸다. 쿠보는 지난 16강전에서 이번 대회 첫 득점에 성공하면서 1-3으로 바레인을 꺾고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위기에서 한국을 구한 조현우를 두고 글로벌 매체 'ESPN'이 6년 전 2018 러시아 월드컵의 기억을 소환했다. 매체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현우가 한국 골키퍼로 출전했을 때, 해외에서 그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훌륭한 플레이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당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독일을 상대로 영웅과도 같은 활약을 펼치며 정점에 다다랐다”고 조명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낙점된 조현우는 놀라운 선방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최종전에서 여러 차례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세이브를 거듭하면서 독일 대표팀을 혼란에 빠트렸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한국은 김영권과 손흥민의 골로 거함 독일을 2-0으로 무너트렸고,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탈락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후 조현우의 유럽 이적설이 나올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파울루 벤투 부임 이후에는 후방 빌드업을 중요시하면서 김승규가 주전 골키퍼로 증용됐다. 이미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자리매김했지만, 대표팀에서 조현우는 최근까지도 주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요한 순간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매체는 “현재에 오기까지 현실에선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사우디전에서 조현우는 여전히 큰 무대에서 구세주가 될 수 있음을 알렸다. 그는 한국이 놀라운 역전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는 위업을 다시 달성했고, 1960년 이후 첫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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