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아동 성착취물 책임 추궁에… 고개 숙인 저커버그

이지안 2024. 2. 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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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상원 법사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지목해 이같이 비난했다.

공화당의 조쉬 하울리 의원이 '회사가 초래한 피해에 대해 책임질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저커버그 CEO는 "메타의 임무는 업계를 선도하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라는 답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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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 법사위 청문회 증인 출석
플랫폼에 방치된 유해 콘텐츠로
목숨 끊은 피해자 가족들에 사과
“어린이 보호 위해 계속 투자” 강조
“당신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
공화당 그레이엄 의원, 맹비난
참석 의원들 규제안 통과 촉구

“당신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상원 법사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지목해 이같이 비난했다. 이날 청문회는 빅테크(거대기술) 기업들의 플랫폼에서 유포되는 아동 성 착취물 등 유해콘텐츠에 대한 책임 추궁과 대책 마련을 위해 소집됐다.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위기’ 청문회 참석자들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입장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빅테크 CEO 중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저커버그, 스냅챗의 에번 스피걸, 틱톡의 쇼우지 추, X(옛 트위터)의 린다 야카리노, 디스코드의 제이슨 시트론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성 착취물의 피해자가 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마약을 손쉽게 구해 중독으로 사망한 청소년들의 부모들도 자리했다.

저커버그 CEO는 죽은 자녀들의 사진을 들고 서 있는 부모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죄했다. 그는 의원들을 등지고 부모들을 바라보며 “여러분이 겪은 모든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 그 누구도 여러분이 겪은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메타는 어린이 보호를 위한 노력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아동 성 착취물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에 따르면 온라인 아동 성 착취물 신고 건수는 2022년 3200만건에서 지난해 3600만건으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 중 페이스북에서만 2000만건이 넘는 착취물이 신고됐다.

뉴멕시코주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메타가 청소년들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수사 결과 메타의 알고리즘이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노출되는 것을 전혀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았지만, 자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공화당의 조쉬 하울리 의원이 ‘회사가 초래한 피해에 대해 책임질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저커버그 CEO는 “메타의 임무는 업계를 선도하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라는 답만 반복했다. 의원들은 이날 저커버그 CEO가 콘텐츠 안전성 개선을 위해 추가 인력을 고용해달라는 임원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내부 이메일 사본도 공개했다.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주요 소셜미디어 최고경영자(CEO)들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 에번 스피걸 스냅챗 CEO, 추 쇼 우즈 틱톡 CEO, 린다 야카리노 엑스(X·옛 트위터)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AP연합뉴스
청문회에 참석한 공화·민주 양당 상원의원들은 성 착취물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안 통과를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민주당의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은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자에게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통신품위법 230조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카리노 CEO 역시 빅테크에 아동 성 착취물과 관련한 책임을 물어 이들 기업과 앱스토어를 고소할 수 있도록 하는 ‘아동 성 학대 방지법(STOP CSAM Act)’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추 CEO는 올해 어린이 안전·보호 정책에 20억달러(약 2조665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처음으로 미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추 CEO는 의원들로부터 틱톡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의심하는 질문도 받았다. 틱톡의 모회사는 중국 바이트댄스다.

문제는 빅테크 규제 법제화가 개인정보 침해 소지 등에 부딪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법안 통과와 관련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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