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따르는 결정마다 ‘전당원 투표’…책임 회피한 민주당

엄지원 기자 2024. 2. 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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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앞두고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무게를 실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제 향방을 전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알리바이'에 가까워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선거제 문제는 책임의 주체라는 면에서 당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고, 책임져야 할 결정을 할 때마다 당원 투표를 하면 그 당의 의사 결정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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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신도림역에서 지상철도를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10 총선을 앞두고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무게를 실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제 향방을 전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알리바이’에 가까워 보인다. 민주당은 논란이 예상되는 정치적 결정을 앞두고 당원 투표를 명분으로 앞세우는 행태를 여러 차례 반복해 왔는데, 이런 행태가 결국 국민 불신을 자초하는 길이란 지적이 1일 나온다.

당 지도부에서 선거제 문제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이 처음 제기된 건 최근 정청래 최고위원이 물꼬를 트면서다. 지난 26일 당내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주장하는 80명의 의원이 공동 성명을 내어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는 악수 중의 악수”라고 주장하자, 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선거는 자선사업이 아니다. 전당원 투표로 결론을 내자”고 맞받았다. 정 최고위원은 의원들이 모인 대화방에도 이같은 취지의 글을 올려 주장을 이어갔다.

민주당이 ‘약속 파기’를 감행하면서 당원 투표를 방패막이로 삼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피하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당원 투표에 부쳤다. 2021년 4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문제로 보궐선거가 열리자 ‘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지역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제96조2항을 무력화하려 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2014년에도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뒤집으려 당원 투표에 기댄 바 있다.

강성당원이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당원 투표를 택한 것은 강성당원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재명 지도부’의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당원의 경우 정의당 등 소수정당에 적대적인 만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정 최고위원 등 지지하는 특정 정치인의 의사에 쏠릴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당원들이 투표하니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당 지도부가 가이드라인 비슷한 힌트를 계속 주면 당원들로선 쏠릴 수밖에 없다”며 “지도부로선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책임은 피하고 절차적으론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짚었다.

이런 행태가 거듭되면 결국 당의 결정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을 수 밖에 없단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선거제 문제는 책임의 주체라는 면에서 당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고, 책임져야 할 결정을 할 때마다 당원 투표를 하면 그 당의 의사 결정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선거제의 운명을 당원 투표에 맡긴 것을 두고 이 대표와 가까운 이들에게서도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의 최측근 중 하나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입장이 있다면 의원총회를 거쳐 의견을 모으고 국민들과 당원들을 설득하는 게 올바른 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당원들에게 어떤 게 좋은지 묻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또다른 의원도 “병립형으로 회귀하더라도, 지도부가 그렇게 하겠다고 책임지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당원 투표를 해서 정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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