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조선인 추도비 산산조각 부순 군마현…일본 시민도 분노

최진주 2024. 2. 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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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마현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추도비를 산산조각 내 철거했다.

추도비를 만들고 지켜 온 일본 시민들은 "이것은 철거가 아닌 파괴", "야만적 폭거"라며 분노했다.

'군마의 조선인 추도비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 모임' 소속 마쓰모토 히로미 활동가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분하다. 이것이 정말 일어난 일인지, 믿기지 않는다"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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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마현, 중장비 동원 추도비 완전 파괴
일본 시민들 "철거가 아닌 폭거" 분노
한 엑스(X·옛 트위터) 사용자가 2004년 촬영된 추모비 제막식 사진과 20년 후 철거된 사진을 올리고 “결국 일본은 패전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반성도 하지 않았다. 잔해 더미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올린 글. 엑스 캡처

일본 군마현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추도비를 산산조각 내 철거했다. 원형을 보존해 이전할 수 있는 가능성조차 없애버린 것이다. 추도비를 만들고 지켜 온 일본 시민들은 "이것은 철거가 아닌 파괴", "야만적 폭거"라며 분노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일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서 조선인 추도비가 철거됐다"며 추도비가 있던 장소를 전날 헬기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추도비가 있던 장소는 이미 공터로 변해 있었다. 아사히는 "주변에는 트럭과 굴삭기 등이 새 흙으로 땅을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옆에는 추도비의 기단 부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잔해가 산산이 부서진 채 쌓여 있었다.

군마현은 지난달 29일 철거를 시작하기 전 공원 전체를 펜스로 둘러 들어갈 수 없게 하고 언론 취재도 막았다. 추도비 벽에 붙어 있던 금속 현판과 비문 등은 먼저 떼어 내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의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에 반환했다. 시민들은 기단부나 기념비 등 나머지 부분도 언젠가 다시 세워질 수 있도록 잘 분리해 철거해 주기를 바랐지만 군마현은 이를 중장비로 완전히 파괴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에서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군마현은 추도비에 붙은 현판을 먼저 떼어내 시민단체에 반환하고 나머지 부분은 중장비로 산산조각 내 파괴했다. 다카사키=교도 연합뉴스

차별 문제와 싸워 온 일본 시민단체 C.R.A.C의 우에다 유스케 활동가는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무연고 묘비도 존중하고 모시는 것이 일본의 정서인데 어떻게 소중한 추도비를 무참히 파괴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군마의 조선인 추도비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 모임' 소속 마쓰모토 히로미 활동가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분하다. 이것이 정말 일어난 일인지, 믿기지 않는다"며 분노했다. 이어 "도쿄에 가서 추도비 철거 반대 시위를 할 때마다 우익 단체가 나타나서 재일한국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며 "추도비 철거의 본질은 역사 부정과 차별 문제"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산산조각 난 추모비 사진을 공유하며 "철거가 아닌 파괴" "흔적조차 없애다니 너무 심하다"며 분개하는 일본인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엑스(X·옛 트위터)에 2004년 촬영된 추모비 제막식 사진과 20년 후 철거된 사진을 올리고 "결국 일본은 패전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반성도 하지 않았다. 잔해 더미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철거를 계속 요구해 온 우익 단체 '소요카제'는 블로그에 철거 사진을 올리고 "드디어 잔해의 산이 됐다"며 환호했다.

지난달 28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 앞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철거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군마의 숲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의 모임' 제공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2004년에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적혔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비문이 있었다.

하지만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해 "정치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어겼다는 우익 단체 주장을 받아들여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군마현 조치가 적법하다는 최고재판소 판단을 근거로 군마현은 시민단체에 추도비 철거를 요구했고, 시민단체가 이에 응하지 않자 지난달 29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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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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