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과학사] 기후변화의 기준 찾는 기후 고고학의 개척자들
미 해양대기청(NOAA)·영국 기상청 사례 분석
미국과 유럽 기상 기구들은 올해 초 2023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라고 발표했다. 2015년 파리 협약에서 정한 1.5도 상승 폭에 이미 근접했다는 평가가 최근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지구가 온난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기관마다 발표한 수치는 조금씩 다르다. 미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1.35도 높았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비영리단체 버클리 어스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4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관마다 비교 기준으로 사용하는 ‘산업화 이전의 지구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31일 현재의 지구 온난화 속도를 살피기 위해 정확한 산업화 이전의 지구 온도 값을 찾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미 해양대기청과 영국 기상청은 오래된 선박의 온도 측정 기록을 바탕으로 온난화의 기준인 산업화 이전 온도를 설정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인 19세기만 해도 배에서 일하는 선원들은 양동이를 이용해 바다의 온도를 측정하곤 했다. 나무 양동이로 바닷물을 떠서 수온을 측정하고 기상 관측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인공위성이나 기상 관측소, 부표의 데이터를 수집한 것과 차이가 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온 측정에 사용하던 나무 양동이는 캔버스와 고무 양동이로 바뀌었다. 증기선이 나타나면서 엔진에서 공기나 유체를 통과하던 밸브를 통해 수온을 측정하다가 나중에는 선체에 센서를 장착해 수온을 측정했다.
NOAA와 영국 기상청은 19세기 선원들이 기록한 온도를 각자 다르게 보정해 사용하고 있다. NOAA는 같은 장소와 시간에서 측정한 공기의 온도와 양동이의 온도를 교차 확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영국 기상청은 시뮬레이션 모델을 사용해 양동이로 물을 퍼 올리기 전의 수온을 추정한다.
사이언스는 이런 두 방식 모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NOAA는 대기 온도를 비교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값은 날씨나 관측 시간, 시간, 선박 갑판의 높이에 따라 온도 값이 바뀔 수 있다. 영국 기상청 역시 양동이의 재질이나 유형을 임의로 가정하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버클리 어스의 로버트 로데 수석 과학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추진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영국의 두 기준 모두 옳을 수는 없다”고 사이언스에 밝혔다.
듀오 찬 영국 사우샘프턴대 해양과 지구과학과 교수는 “19세기 당시 인근 섬이나 해안 기상 관측소의 온도로 선박의 기록을 보정해야 한다”며 “같은 바다를 순항한 선박들이 측정한 온도를 비교해 오차를 보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1930년대 일본 선박에서 측정한 온도는 다른 국가의 선박이 측정한 것보다 0.35도 낮다. 미 공군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록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소수점을 삭제하면서 큰 차이가 생긴 것이다.
한편 에드 호킨스 영국 레딩대 기후과학과 교수는 영국의 국립 문서 보관소에 여전히 디지털화되지 않은 600만 페이지 분량의 기록도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를 인공지능(AI)과 기계 판독 기술로 빠르게 분석하면 산업화 이전의 온도를 추정할 데이터를 두 배까지 늘릴 수 있다. 찬 교수는 “이전 기록을 다듬는 것은 오늘날 지구 온난화 속도를 확실하게 살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지역별 해양 온난화 차이나 엘니뇨 기후 패턴을 밝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과거를 모른다면 우리가 하는 예측을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zx236ch
조선비즈 사이언스조선은 기후변화에 맞서 영국 가디언과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더 내이션이 공동 설립하고 전세계 460개 이상 언론이 참여한 국제 공동 보도 이니셔티브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CNow)’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CCNow에는 로이터와 블룸버그, AFP 등 주요 통신사를 비롯해 각국 주요 방송과 신문, 잡지가 참여하고 있으며, 각국 언론인과 뉴스룸과 협력해 정확한 기후 기사를 제작하고,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기후 이슈를 제기하고 각국 모범 사례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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