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한국형 점도표 고민…하반기엔 분기별 경제 전망 발표”

“경제여건 변화에 선제 적응…시장 안정화 기대”
비은행 검사 제한적…한은법 개정 필요성 피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관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만찬사에서 “최근 한은은 3개월 시계에서 정책금리에 대한 금융통화위원들의 견해가 어떠한지 설명해 왔다”며 한국형 점도표(Dot Plot) 도입 필요성을 내비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익명으로 적어낸 정책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나타낸 것을 점도표라고 하는데 한은도 도입을 고민해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금리정책 예측에 있어) ‘포워드 가이던스’와 ‘전략적 모호성’, 두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전망의 전제 조건을 잘 설명하고 전제 조건 변화에 따라 정책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시킬 경우 경제주체들이 경제 여건 변화에 보다 선제적으로 적응함으로써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다.

선제적 지침을 의미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의미한다.

그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Conditional Forward Guidance)는 그간 한은이 미래의 금리정책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가능한 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고 했던 전통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래의 정책경로에 대해 명확히 밝힌 상태에서 이후 경제 상황과 전망이 달라져 정책이 변화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전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올 하반기부터는 반기가 아니라 분기별 주요 경제 전망치를 발표하고자 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시계까지 확장해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현재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형 점도표 방식을 발표한 지 이제 1년 반 정도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실증 분석이 제한적이나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저희의 고민에 대한 답을 학계와 함께 찾아보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대출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지난해 실리콘 밸리 은행(SVB) 사태를 언급하며,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검사와 자료조사가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꼬집었다.

이 총재는 “비은행금융기관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현행 한은법으로는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와 자료조사가 용이하지 않다”며 한은법 개정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한은법 제64조에 따른 상시대출제도의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까지 확대하는 한은법 개정 등 후속 조치 필요성도 언급했다. 상시대출제도는 뱅크런 발생 시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현행 한은법 하에서는 상시대출 시 한은이 금융기관의 대출채권을 담보로 받을 수 없다”며 “대출채권의 담보 인정은 한은법 제65조에 따라 금융통화위원회 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긴급 대출 시에만 가능한데 이 경우 금융기관의 낙인효과(stigma effect)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취지를 풀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