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로운 선택을” vs “지시 어겼으면 처벌해야”... 순직 해병 사건 '항명' 공방

김진욱 2024. 2.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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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다.

상대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박 대령이 항명하고 상관 명예를 훼손했다며 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다.

김 사령관 퇴정 이후 발언권을 얻은 박 대령은 "사령관님은 정말 부하를 위하고 해병대를 사랑하는 분으로 가슴 깊이 존경해왔고 충성으로 보답해왔다"며 "오늘 참담한 일을 (겪으며) 현장에서 얼마나 고충이 심하실까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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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해병대 상병 순직 두고 불거진 '항명' 혐의 재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수사단장 6개월 만에 대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가운데) 전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다. 상대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박 대령이 항명하고 상관 명예를 훼손했다며 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다. 지난해 7월 순직한 해병대 상병 사고 조사결과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박 대령이 어겼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소송이다.

장외 공방부터 열기를 뿜었다. 박 대령은 공판 전 기자들과 만나 “저를 둘러싼 이 모든 일들이 고(故) 채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부터 비롯됐다”며 “채 상병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떳떳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명예로운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고 김 사령관을 조준했다.

해병대 군복과 빨간 티셔츠 등을 입고 모인 해병대 전우회원 20여 명이 박 대령의 입장 발표에 함께했다. 반면 김 사령관은 차량으로 군사법원 주차장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건 지난해 8월 초 항명 사건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현직 해병대 사령관이 군사법원 공판에 출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자 ‘필승’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 사령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이첩을 보류하라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면, 사령관은 이첩을 막을 특별한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박 대령 측 변호인 질문에 “장관님 지시가 없었으면 정상적으로 이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수사 내용은) 이첩보류 지시와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며 박 대령이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이첩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첩 보류 지시를 못 따르겠다고 노골적으로 반항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 (못 따르겠다고) 명시적으로 발언한 바 없다”고 했다.

김 사령관은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도 부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임성근 사단장 처벌 계획에 대해 격노한 사실이 있느냐’고 재판부가 묻자 김 사령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마무리 발언에서 “자의적인 법 해석과 본인이 옳다고 믿는 편향적 가치를 내세웠다”고 박 대령을 지적했다. 또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맺어진 해병대의 역사와 전통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과 영웅심리로 흔들어선 안 된다”며 “항명 사건이 없었다면 순직장병 부모님의 말씀처럼 이미 진상은 규명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령관 퇴정 이후 발언권을 얻은 박 대령은 “사령관님은 정말 부하를 위하고 해병대를 사랑하는 분으로 가슴 깊이 존경해왔고 충성으로 보답해왔다”며 “오늘 참담한 일을 (겪으며) 현장에서 얼마나 고충이 심하실까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방청객들은 김 사령관을 향해 고함과 욕설을 내뱉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휴정이 선포되자 “김계환 사령관 정신 차려” “사령관 당신이 해병대 정신을 말살하고 있어 창피하다” “외압이 있었다고 말하라” 등등 소리를 쳤다. 오후 속개된 공판에서 김 사령관이 박 대령의 항명에 대해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밝히자 “××자식”을 외친 한 방청객은 퇴정조치됐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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