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1년 지체될 때 수십조 추가부담해야"

이광식 2024. 2. 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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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 발생하는 추가 부담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과다한 정부부채는 정부 파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 원장이 '정부 파산' 등의 표현을 쓰면서 국가부채를 경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KDI가 공개한 기조연설문에 따르면 조 원장은 "정부부채가 민간의 부채 문제보다 잠재적으로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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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조동철 KDI 원장
"과다한 정부부채 파산위험 초래"
전영준 한양대 교수
"2030 稅부담, 소득 40% 넘을 듯"
박정수 서강대 교수
"저출산·고령화 해법은 기업 성장"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하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1일 서울대에서 열렸다. 국내 56개 학회 소속 경제학 교수와 주요 연구기관 연구원 등 1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철인(오른쪽부터)·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등이 토론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 발생하는 추가 부담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과다한 정부부채는 정부 파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 원장이 ‘정부 파산’ 등의 표현을 쓰면서 국가부채를 경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1일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조 원장은 2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202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부채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조연설을 한다. 올해 23회째를 맞은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2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KDI가 공개한 기조연설문에 따르면 조 원장은 “정부부채가 민간의 부채 문제보다 잠재적으로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다한 민간 부채 문제는 수년간의 경기 침체라는 큰 고통이 수반될 수 있지만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한 채권자와 채무자의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될 수 있다”며 “하지만 과다한 정부부채는 정부 파산 리스크로 이어지고 극단적인 경우 국가 주권 문제로 비화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KDI 내부 자료를 인용해 2022년 기준 53.5%인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050년 100%를 넘고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못하면 2070년께 250% 이상으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학술대회 첫날인 이날도 정부부채에 대한 경고가 이어졌다. 발표자로 나선 전영준 한양대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현재 20·30대인 미래 세대가 져야 하는 조세 부담이 생애소득의 40%를 넘어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전 교수는 “현시점 국가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적기 때문에 한국 재정은 아직 확장적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저출산·고령화의 해법은 기업의 성장이라고 제시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직접 개입을 통한 인위적 격차 해소나 기업에 추가 부담이 되는 급격한 제도 변화는 삼가야 한다”며 “융복합 신사업과 혁신적 신생기업 출현을 유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르면 10년 안에 항상 부채를 고민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베이비붐세대가 조금이라도 일하고 있을 때 연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인구구조의 변화와 한국 경제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특별 세션에서 최근 20년간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 현상은 도시 인구 집중과 실질 주택가격 상승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주택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높아진 것이 청년층의 혼인·출산 지연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가족 관련 정부지출, 육아휴직 실이용기간과 청년층 고용률 증가 및 주택가격 안정화를 통해 합계출산율을 지금보다 최대 0.272명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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