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산산조각 난 조선인 추도비…지도에서도 사라졌다
일본 군마현 ‘군마의 숲’에 건립된 조선인 추도비가 끝내 철거됐다. 비석은 산산조각 났고, 추도비가 있던 자리는 흙으로 메워졌다. 추도비가 있던 관련 위치 정보도 구글 지도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31일 헬리콥터로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추도비가 있던 장소는 이미 ‘빈 터’가 됐고, 굴삭기로 흙을 메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근처에는 비석의 토대 부분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가 산산조각 난 채 수북히 쌓여있었다.
조선인 추도비는 지름 7.2m인 원형 토대 위에 세워졌으며, 높이 4m인 금색 탑이 나란히 서 있었다.
군마현 당국은 지난달 29일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적힌 금속판과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진 금속제 비문(碑文) 등을 떼어내 시민단체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에 전달했다.
이후 일반 시민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가운데 철거 공사를 진행해 비문이 붙어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을 중장비로 허문 것으로 보인다.
1일 구글 지도에서 군마의 숲이 있는 곳을 확대해 일본어로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를 입력하면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기존에는 군마의 숲 내에 ‘조선인 추도비’라는 명칭으로 비석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 중 한명인 미야가와 쿠니오는 아사히신문의 영상을 보며 “(추도비가 있던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추도비는 군마의 양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문을 돌려받았다고 해도 이미 추모비는 부러진 것”이라면서 “군마현의 방식에 분노한다. 역사에 남을 대죄”라고 비판했다.
추도비는 2004년 일본 시민단체들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후대에 알리고 한반도와 일본의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일적’이라며 철거를 요구했으며,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 행사에서 ‘강제연행’(강제동원)과 관련된 언급이 나온 점을 문제 삼아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추도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그 뒤 최고재판소는 군마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고, 현 측은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9일부터 철거에 들어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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