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히 군대 가는 롯데와 LG의 ‘빅보이’들… 입대 전 '보물' 찾고 떠날까

김태우 기자 2024. 2. 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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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상무 입대를 추진하고 있는 한동희는 비시즌 노력을 구체적인 성과로 만들어야 한다 ⓒ롯데자이언츠
▲ 타구 스피드와 비거리에서는 KBO리그 최정상급 능력을 가진 이재원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국군체육부대(상무)는 오는 6월 총 16명의 ‘신병’ 모집 공고를 냈고, KBO리그 10개 구단에서는 구단별로 1명에서 많게는 4명씩 지원서를 넣은 상태다. 지원자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이름은 역시 한동희(25‧롯데)와 이재원(25‧LG)이다. 팀에서 큰 기대를 건 거포 자원들이다.

고교 시절부터 KBO리그를 이끌어 갈 차세대 거포 자원으로 관심을 모았던 두 선수는 나란히 입대 신청서를 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지난해까지만 해도 팀 전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이 기대만 못했고, 결국은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라는 하나의 선택지를 꺼내들었다. 최종 합격하면 시즌 두 달 정도를 뛰다 입대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희는 경남고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던 선수고, 2018년 롯데의 1차 지명을 받는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단했다. ‘제2의 이대호’라는 수식어가 허락된 몇 안 되는 선수였고, 그래서 이대호의 별명인 ‘빅보이’라는 수식어도 같이 따라 붙었다. 기대보다는 더디지만 계속 성장하기도 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7개의 홈런을 쳤고, 2022년에는 3할 타율(.307)을 기록했다. 이제 합쳐 놓으면 이대호의 후계자가 완성될 것 같았다.

하지만 정교함과 장타력을 모두 꾀했던 지난해 성적이 무너지며 결국은 경력의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다. 한동희는 지난해 108경기에서 타율 0.223, 5홈런, 3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83에 그쳤다. 공격에서 이상하게 잘 풀리지 않았고, 수비에서도 잦은 실수를 연발하며 전체적인 경기력이 큰 하락 곡선을 그렸다. 이제 막 터질 것 같았던 유망주의 좌절은 롯데의 핫코너 좌절을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하나의 목표였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도 실패한 한동희는 이제 군 문제 해결이 급했다. 비시즌 중 선배인 이대호 강정호와 같이 훈련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구단과 상의 끝에 상무 지원서를 넣는 것으로 결정했다. 당분간 병역 혜택이 있는 국제 대회가 없고, 어쨌든 군 문제는 해결해야 했다. 노진혁, 그리고 새롭게 영입된 김민성이 있을 때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게 구단의 전력 구상에서도 자연스러웠다.

이재원도 큰 아쉬움이 남는 선수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8년 LG의 2차 2라운드(전체 17순위) 지명을 받은 이재원은 한동희처럼 처음부터 1군에서 빛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장타력이 큰 주목을 받았고, 1군에서도 리그 최고 수준의 타구 속도와 비거리를 자랑하며 LG 타선의 체질을 한 방에 바꿔놓을 수 있는 선수로 각광받았다.

당초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입대할 예정이었던 이재원은 염경엽 LG 감독의 설득으로 1년 더 팀에 남았다. 염 감독은 이재원이 박병호처럼 성장할 거포라고 굳게 믿었고, 하위타선부터 활용하며 1군 정착의 기회를 준다는 구상이 확실했다. 감독도 욕심을 냈던 자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잦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흐름이 좋을 때 부상이 그 흐름을 끊었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갈 길이 바빴던 LG는 이재원에게 넉넉한 시간을 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시즌 57경기에서 타율 0.214, 4홈런, 18타점, OPS 0.661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제 나이를 고려하면 군 복무를 더 미룰 수는 없다.

▲ 이재원은 여전히 LG에서는 희귀한 컬러를 가진 타자로 기대가 크다 ⓒ곽혜미 기자
▲ 입대할 때 하더라도 실마리를 찾고 군 복무에 임하는 게 중요한 한동희 ⓒ곽혜미 기자

일반인들에게도 간혹 그렇듯,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군은 하나의 기회이자 때로는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군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기량을 가다듬고 나와 성공을 거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생각이 많아지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라 이제 더 이상 입대를 실패로 여기지 않는 선수들도 많아졌다. 두 선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석 달 정도가 중요하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군 생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모든 이들의 충고이자 조언이다.

예정된 입대에 의욕을 잃고 허송세월하면 몸과 마음 모두가 망가진다. 상무에서 다시 그 궤도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아까운 시간을 날리는 셈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상무 생활은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간 문제점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보완하고, 그리고 1군에서의 두 달 동안 그 보완점의 성과를 확인한 뒤 입대하면 최고의 시나리오다. 자신감을 얻게 되고, 그 방향대로 군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방향성을 찾아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다.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그 차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동희는 입대를 생각하고 있지만 1군 캠프에 합류해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한다. 오프시즌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고, 그 성과를 1군으로 이어 갈 수 있다면 최상이다. 이재원은 1군 캠프에는 참가하지 않지만 마음을 정비하며 2군 캠프에서 땀을 흘릴 예정이다. 염 감독과 구단이 여전히 기대를 가지고 있는 자원인 만큼 성과가 있다면 굳이 입대 전까지 2군에서 썩힐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은 입대라는 단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뛸 날이 10년 이상 남은 두 선수는 앞으로 2~3달이 정말 중요하다. 아직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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