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명품백’ 신고, 45일째 말없이 꼼짝않는 권익위

한겨레 2024. 2. 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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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가 이뤄진 지 한달 보름이 지나도록 국민권익위원회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대통령 관련 사안은 권익위가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통령 부부의 부패 문제에 대해 권익위는 일체 관여하지 않도록 돼 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사실상 권익위에 관여 권한이 없다고 생각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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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엄정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가 이뤄진 지 한달 보름이 지나도록 국민권익위원회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대통령 관련 사안은 권익위가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했다. 명백히 법에 저촉되는 행위로 대다수 국민이 주목하는 사안을 주무 기관이 이렇게 대놓고 방기하는 건 민주·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19일 신고 이후 여태껏 권익위가 조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1일 조사촉구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권익위가 한 일이라고는 참여연대에 추가 제출 자료가 있는지 묻는 3분가량의 전화 통화가 전부였다고 한다. 권익위는 신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등 사건을 처리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는데, 45일이 지나도록 이런 상태라면 업무 방기가 아니고 뭔가.

유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통령 부부의 부패 문제에 대해 권익위는 일체 관여하지 않도록 돼 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사실상 권익위에 관여 권한이 없다고 생각된다”고 답변했다. 법관 출신이 맞나 싶은 수준 이하의 발언이다. 부패방지 주무 기관인 권익위에 그런 권한이 없다면 대통령 부부는 부패의 치외법권 지대라도 된다는 뜻인가. 대통령은 재직 중 기소되지 않을 특권만 있을 뿐이지, 청렴 의무는 어느 공직자보다 무겁다. 부패 의혹이 있을 때 법 절차에 따른 조사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 배우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유 위원장은 ‘김 여사가 받은 명품 백이 대통령기록물로 국고에 귀속된다’는 대통령실의 궤변도 답습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보관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비상식적 주장이다. 대통령기록물법에 규정된 국고 귀속 선물은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거나 외교 관례상 부득이 받은 선물을 말한다. 김 여사가 사사로이 받은 명품 백이 이에 해당할 리 없다.

부패방지 총괄 기관인 권익위가 권력의 눈치를 보며 뻔한 불법행위에 눈감고, 그 수장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기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꼼수로도 ‘법 앞에 예외 없다’는 원칙을 피할 수는 없다. 권익위는 명품백 사건을 법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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