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의료수가 인상에 10조 투입 [정부, 의료개혁 패키지 발표]

이정우 2024. 2. 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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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 담겼나
지자체·대학 협력… 재정지원 등 혜택
3년간 500억 투입 진료네트워크 구축
비급여 끼워넣는 ‘혼합진료’ 원천 차단
도수치료·백내장 수술 우선 규제 방침
의료사고 형사책임 경감 특례법 추진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꾸려 공론화
전문가 “구체적 실행계획 안 보여” 비판

정부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한다. 의대생(의사)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정부·지자체·대학 등과 계약을 맺고, 장학금이나 주거 지원 등을 제공받는 대신 일정 기간을 지역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정부는 또 중증·응급환자 치료나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위기 상황 개선을 위해 2028년까지 필수의료 과목 수가 인상 등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필수·지역의료 강화 정책들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尹 “지금이 의료개혁 골든타임”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민생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이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는 1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수도권 원정 진료’ 등으로 대표되는 필수·지역의료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방안을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이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오직 국민과 미래를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방 의료 살리자”…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방안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이다.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지역의사제’와 비슷하다. 다만 지역의사제의 경우 법에 따라 대학 입시 단계에서부터 지역 의사를 선발·할당하는 방식이고, 위반 의사(의대생)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의 경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정부·지자체·대학과 계약을 맺고 이에 따라 지역 필수의료 분야 등에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해당 지역의 의사 확보 노력을 하면 그에 따른 의대 정원 추가 배분, 재정 지원, 시범사업 연계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정부는 지역 인재가 의대에 입학할 경우 해당지역에 체류하는 효과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고 지방 의대의 지역인재 전형 의무선발 비율도 대폭 높일 계획이다. 지역 상급종합병원, 2차 병원, 전문병원, 의원 등 종별 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이들 병원 간 진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지역의료 혁신시범사업’에 3년간 500억원을 투입한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고도 중증진료병원’(4차 병원)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편을 검토한다.

아울러 정부는 의료사고 관련 형사처벌 부담을 덜어주는 특례법 도입을 추진한다. 복지부는 의사의 의료사고로 발생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 종합보험이나 공제조합 가입을 전제로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연내 제정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 앞서 '스마트 시뮬레이션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비급여 과잉 제재… 혼합진료 금지 추진

정부는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 같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를 끼워 진료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실손보험 혜택도 줄여 건강보험 법적 본인부담금을 실손보험이 보장할 수 없게 할 계획이다. 비급여 과잉 진료가 비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의 돈벌이가 되는 현실을 개선해 인력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혼합진료는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물리치료를 같이 받는 게 대표적이다. 백내장 수술과 체외충격파, 영양수액 등 주사제도 혼합진료에 많이 활용된다. 중증 진료와 관련 없으면서 보험 지출은 높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선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비급여와 급여 진료를 같이 받을 수는 있지만 이때 건강보험은 모두 적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비급여 진료 시장을 키운 주범으로 꼽히는 실손보험 보장 수준도 낮춘다. 실손보험을 만들거나 바꿀 때 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앞서 협의하는 걸 제도화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환자가 내야 하는 부담금에 대해선 실손보험이 보장할 수 없도록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비급여 진료 개선안들은 논의 과정에 자주 등장했으나 의사 등의 반발로 매번 무산됐다. 이번에도 의료계와 관련 업계 논의 과정에서 공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혼합진료를 모두 막을 순 없으니 선별해 금지하는 건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실손보험의 경우 금융위 관할이고 여러 협의도 필요해서 실행까지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통화에서 “이전과 비교해 훨씬 더 체계적이고 대책이 포괄적이지만 구체적인 내용, 즉 ‘어떻게?’라는 부분이 없다”며 “1년 전에 나왔으면 참 좋은 대책이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논의를 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실행 계획이 아닌 로드맵 수준의 계획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이정우·이정한·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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