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성형·피부과 관리 강화...필수·지방 의료 돈 더 벌게 한다
“인턴 1년, 임상 역량 배양하기에 짧아”
“일본에서 간호사가 레이저 시술”
“도수치료 진찰료로만 연간 591억 건보 부담”
“의료개혁특별위 상반기 가동”
정부가 1일 ‘비장한 각오’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것은 그만큼 의료 시스템이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향후 5년 동안 건강보험 재정 10조원 이상을 상대적으로 힘들고 보상은 낮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 투입한다. 의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방대 의대에 진학해 장학금 수련비용을 지원받은 의사는 일정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는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 민사소송 부담을 줄이고, 형사처벌 특례법을 제정해 형사소송 부담을 줄이게 됐다.
정부는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여덟번째 민생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관심을 모은 내년 의대 입학 정원 발표도 조만간 한다고 밝혔다. 필수·지방 의료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 의사 부족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2035년엔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증원 규모는 설 연휴 전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료계 일각에선 1000명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또 임상에 숙련되지 않은 의사들이 성형 피부과 분야 개원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임상수련의사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보톡스와 레이저 시술 같은 간단한 피부 미용 시술은 의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도록 의료 자격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피부과·성형외과 등 비(非)필수 진료과에 대해선 관리를 강화해 필수 진료과 의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일본에서는 간호사가 레이저 시술은 가능한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혼란 주범으로 꼽히는 비급여 진료도 손보기로 했다.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비급여 수술인 다초점렌즈 수술을 함께 할 때 건보 급여는 제외하는 식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이같은 제도 개선으로 필수의료를 외면하는 의료계 풍토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임상수련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젊은 의사들의 피부 성형외과 개원을 몇년 늦추는 효과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필수의료 보상 강화를 위해 투입하기로 한 1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 비현실적이란 우려도 있다.
이날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 관련한 정부 브리핑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브리핑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 전병왕 실장, 정경실 정책관과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 김국일 필수의료지원관, 교육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 법무부 한상형 형사법제과장이 참석했다.
-의대 입학 정원 발표는 언제 하게 되나.
“의대 입학 정원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서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 날을 특정해서 (발표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10조원 이상 투입한다고 밝혔는데 건보 재정에는 문제가 없나.
“조만간 발표될 건강보험종합계획의 필수의료 관련 핵심 내용으로 들어가 있다. 건보 재정은 준비금·적립금이 24조 원 가까이 적립돼 있고, 2023년까지 당기수지 흑자 수준이 3조 원 이상이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라고 본다”.
-의료인 형사 처벌 완화 특례법을 두고 환자단체는 반대한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만드는 취지는, 의료사고가 났을 때 국민에게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상충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해외에서 의사가 아니어도 자격증을 따면 할 수 있는 미용의료 시술은 어떤 것들이 있나.
“영국은 간호사가 추가 자격을 취득하면 보톡스·필러 시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의사 외에 간호사, 의사 보조 인력이 보톡스·레이저 시술을 허용하는 주도 있다. 호주도 간호사가 미용 시술이 가능하도록 일부 주에서는 주가 자격을 줘서 이 부분을 하고 있다. 캐나다는 간호사 및 공인 실무간호사, 또 전문간호사가 보톡스·필러·레이저 등 시술을 할 수 있다. 주에 따라서는 추가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도 간호사가 레이저 시술은 가능한 것으로 안다.”
-급여와 비급여를 나누고, 실손보험 체계를 재정비했을 때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가 궁금하다.
“구체적인 경제적 효과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예를 들면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다초점 렌즈 수술을 함께 해서 건강보험 급여를 타 간 부분만 해도 지난 2021년 기준 건보 공단의 부담 금액이 1600억 정도로 나왔다. 도수치료 역시 진찰료 로만 약 591억 정도를 공단이 부담했다.”
-백내장 수술 이외에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백내장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백내장 수술에 다초점렌즈 수술을 할 경우 어떻게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인지는 살펴봐야 한다. 혼합 진료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정도다.”
-지역필수의사제 유인책이 궁금하다.
“그 부분은 필수의료 패키지가 작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것을 참고하면 된다. 국립대병원 의사가 국립의대 교수, 전임교수가 될 수 있도록 정원을 더 확대해서 지역에서 충분히 보람을 가지고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대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전공의 근무 환경 개선과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이 필수의료의 확충과 어떻게 연관이 되나.
“대학병원 의사의 30~40%가 전공의다. 전공의가 진료를 담당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들이 수련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전공의는 수련을 제대로 받도록 하면, 그것이 필수의료와 맞물려 돌아간다고 설명할 수 있다.”
-임상수련의 제도를 도입하려면, 전공의 숫자도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현행 전공의 수련체계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인턴 1년, 3~4년 레지던트로 운영된다. 인턴 1년 기간 동안 대학병원에서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 등 필수과에서 수련을 하는데, 임상 역량을 제대로 배양하기에 기간이 짧다는 현장 의견이 많았다. 인턴 기간 동안에 필수과와 지역의료에 대한 경험을 늘려 이 분야로 전공을 희망하는 의사를 늘리자는 차원도 있다. "
-지역의료발전기금의 재원 마련 방안과 운영 방안은 어떻게 되나.
“지역의료발전기금은 지역 필수의료에 필요한 별도의 재정 지원체계를 만들기 위해 추진한다. 일본에 이와 비슷한 ‘지역의료개호종합확보기금’이 있다. 기금의 규모, 재원, 설치 시기는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화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한 정책 패키지는 언제 실행되나.
“의대 입학 정원 확대는 내년 입학 정원에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현장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할 계획이다. 인턴제 개편, 지역필수의사제는 제도 개선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언제쯤 구성이 완료되나.
“늦어도 상반기 안에 가동이 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위원회를 구성해서 가동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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