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조금만 빗겨나 걸어도 보행자 책임…합당한가?

한겨레 2024. 2. 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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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는 보도로 걷고 도로를 횡단할 때는 횡단보도를 이용하게 된다.

법에서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할 수 있도록 안전표지로 표시한 도로의 부분이라 규정하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나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차량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아니되므로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차량의 일방과실로 본다.

특히 횡단보도 끝단에서는 보행자가 다급한 마음에 횡단보도 옆 차도로 걷는 모습을 우리는 흔히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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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심재익 |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보행자는 보도로 걷고 도로를 횡단할 때는 횡단보도를 이용하게 된다. 보도는 도로를 따라서, 횡단보도는 도로를 가로질러 만든 보행 공간이다. 법에서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할 수 있도록 안전표지로 표시한 도로의 부분이라 규정하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나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차량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아니되므로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차량의 일방과실로 본다.

횡단보도는 백색으로 노면의 전폭을 가로질러 표시하는 지브라식으로 설치한다. 그런데 횡단보도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져 사고가 나면 현재 법·제도는 보행자에게 사고에 대한 일부 책임을 지운다. 보도는 차도와의 경계를 표시하는 구조물이 있어서 보행자가 실수할 일이 없다. 하지만 횡단보도는 다르다.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주의하지 않으면 지브라식으로 표시된 횡단보도를 벗어나서 걷기 쉽다. 특히 횡단보도 끝단에서는 보행자가 다급한 마음에 횡단보도 옆 차도로 걷는 모습을 우리는 흔히 보게 된다.

법원의 판례를 보면, 횡단보도에서 10m까지 떨어진 곳에서 사고가 나면 보행자에게 20%의 기본과실이 있고, 10∼30m 지점의 사고는 이러한 기본과실에다가 10%의 책임을 보행자에게 가산한다. 그리고 30m를 넘는 지점에서의 사고는 무단횡단의 예를 적용한다. 차량 운전자에게도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이런 법 적용이 맞는지 고민이 된다.

횡단보도와 정지선 사이에서 보행자 교통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지키지 않았고 운전자는 정지선을 위반했다. 정지선을 위반할 정도면 보행자가 정상적으로 횡단보도를 걷고 있더라도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정지선 위반차량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이탈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 보기 힘들다. 또한 보행자가 많으면 횡단보도 옆으로 지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비록 일부이지만 보행자 과실이 인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횡단보도 사고가 아니어서 12대 중과실 사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합당한가? 상당수 국민은 횡단보도 바로 옆이니까 걸어가도 괜찮다고, 사고가 나더라도 당연히 횡단보도 사고겠거니 생각한다. 차량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최근 안전 기조를 법이 선도하고 보조를 맞추는지 의문이 든다.

횡단보도 관련 규정에 대한 해석이나 틀도 보행자를 한층 더 보호하는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법·제도를 바꿔야 한다. 사람이 많아서 횡단보도 옆으로 보행자가 지나가다가 사고가 나면 횡단보도를 만든 지자체와 경찰은 사고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 명의 보행자라도 사람을 피해서 횡단보도 옆으로 걷지 않도록 충분한 폭으로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횡단보도 부근이라 하더라도 한층 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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