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눈치보며 돌아선 野… 與 “민생 목소리에 마이동풍” [민주, 중처법 유예 거부]
‘산안청’ 설치 조건으로 적용 유예 연장
여야 원내대표, 심야협상서 잠정합의
野, 합의안 ‘원포인트’ 법사위 계획도
민주 의총서 1시간 반 넘게 찬반 격론
“안전과 맞바꿀 수 없어”… 합의 뒤집혀
與 “처벌만이 능사인가… 국민 기만”
더불어민주당이 1일 의원총회에서 90여분간 토론 끝에 여당이 제안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유예·‘산업안전보건지원청’ 개청 협상안 수용을 거부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그간 요구해온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치가 일부 반영된 안이었기에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한 것이다. 자연스레 민주당이 주장해온 산안청 설치가 중대재해법 협상 거부를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대재해법 유예 불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민주당이 지게 되는 형국이 되면서 원내지도부의 전략 실패라는 평가도 나온다.
‘엑스자’ 그려보이는 野의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왼쪽)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오른쪽) 등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반대 피케팅을 하는 노동계 관계자들을 향해 여야 원내지도부 중재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로 엑스(X)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
그러나 의총에서 많은 의원이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의견 통일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예정됐던 본회의까지 미뤄가며 1시간30분 넘게 찬반 토론을 벌인 끝에 홍 원내대표가 협상안을 거부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렸다. 윤 원내대변인은 의총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생명·안전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산업현장 안전과 맞바꾸지 않겠다는 게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5명 정도가 찬반 토론을 했다”며 “(찬반 의견은) 반반이라고 보시면 된다. 홍 원내대표가 결단해 국민의힘이 제안한 안을 받지 않기로 했고 의원들이 최종적으로 거기에 이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중대재해법) 법안 취지를 존중해 산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결정에) 이태원 특별법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한 부분도 좀 작용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 협상안 걷어차”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운데)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중대재해법 2년 유예의 최종 조건으로 내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까지 전향적으로 수용했는데,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협상안을 걷어찼다”며 “민주당은 자신들 이념과 특정 세력 눈치보기로 민생을 내던졌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
당장 여당이 민주당의 협상안 거부에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중대재해법 유예 지연, 중소기업 다 죽는다”, “처벌만이 능사인가, 산업 현장 외면 말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최종 목적은 산안청 설치가 아닌 그저 중대재해법 유예를 하지 않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1순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기득권 양대 노총일 뿐”이라며 “선거에서 이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에 오로지 표만 생각하고 민생을 내던졌다”고 비판했다.
배민영·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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