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제2의 천지개벽’... GDP 1조 달러 뚫을 ‘신무기’

아부다비/김동현 기자 2024. 2. 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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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화석연료 종말’ 대비 경제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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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은 헬스, 식품·농업, 보안, 지속 가능성, 항공 우주, 운송 등의 분야와 함께 아부다비가 주력하는 개발 분야입니다. 지난해 5월 우리가 공개한 대량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인 ‘팰컨 40B(Falcon 40B)’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죠.”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지난 11일 만난 파이살 알 반나이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C) 사무총장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자국이 개발 중인 딥테크(핵심 원천 기술) 산업에 대한 설명을 쏟아냈다.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 전경/픽사베이

우뚝 솟은 스키이라인에 하얀 모래가 깔린 인공 해안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중동의 땅 아부다비. 오일머니로 천지개벽했던 아부다비가 딥테크를 중심으로 제2의 천지개벽을 준비하고 있다.

‘석유 부국’인 아부다비가 왜 이토록 딥테크 개발에 주력하느냐고 묻자, 파이살 사무총장의 답은 간단했다. “석유 매장량엔 언젠가 끝이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가장 ‘마지막 배럴’의 석유에 대비해야 합니다.”

파이살 알 반나이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C) 사무총장/ATRC

◇'석유 대국’에서 ‘딥테크 강국’으로

아부다비를 포함한 7개 토후국(자치정부)으로 구성된 UAE는 하루 원유 생산량이 300만배럴에 육박한다. 전체 석유 매장량은 약 1000억배럴로 세계 6위 수준이다. 하지만 석유를 넘어선 제2의 먹거리 찾기에 대한 조바심은 상당한 상태다. 화석연료 시대가 빠르게 막을 내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피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화석연료는 겉보기에 끊임없이 성장 중이지만, 10년 안에 끝날 것이다. 이제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썼다. 세계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국제기구 수장이 사실상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셈이다.

이에 아부다비는 딥테크와 같은 첨단기술 개발에 국가 명운을 걸고 있다. 아부다비 당국은 현재 3000억달러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을 2040년까지 1조달러로 끌어올리면서 그중 80%를 비(非)석유 부문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른바 ‘팰컨(Falcon·매) 경제’란 이름의 장기 경제개발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국영 헬스케어 기업 M42는 도시에서 배출된 폐수를 분석해 어떤 질병이 퍼질지 예측하는 기술을 갖췄다. 이 기업 연구원이 유전자 샘플을 관찰하고 있다./아부다비 미디어오피스

아부다비의 변신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아부다비 ATRC가 내놓은 ‘팰컨 시리즈’는 이미 챗GPT 등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3조5000억개의 토큰(정보 접근 권한)을 장착한 정보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부다비 국영 헬스케어 기업 M42는 도시에서 배출된 폐수를 분석해 어떤 질병이 퍼질지 예측하는 기술을 갖춘 상태고, 아부다비에 설립된 세계 최초 AI 전문대학인 모하메드 빈 자예드 AI대는 개교 3년 만인 2022년 AI 분야 세계 대학 랭킹 30위까지 수준이 올라왔다.

◇'다양성’과 ‘포용성’이란 저력

중동 최대 규모 의료기관 '클리블랜드 클리닉 아부다비'/UAE iterum

이처럼 아부다비가 빠르게 변신할 수 있는 건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고 기존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아부다비 문화가 저변에 깔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아부다비에서 만난 인도 출신 택시기사 압둘씨는 본지 기자에게 “타국에서 온 근로자에게 합리적인 보수와 환경을 제공하는 곳은 아부다비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신도 이민을 고려해보라”고 할 정도였다. 아부다비에선 해외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에서 살 곳을 마련해주고, 정부에서 의료 시스템도 저렴하게 제공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아부다비는 각종 인종과 민족을 품에 안고 독특한 문화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찾은 중동 최대 규모 의료기관 ‘클리블랜드 클리닉 아부다비’에서도 80여 국 출신 의사 440여 명이 분주하게 환자를 보고 있었다. 의료진과 환자 간 소통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이뤄졌지만, 한국어를 포함한 러시아·중국어·프랑스어 등 다국적 통역이 갖춰져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지난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개소한 '아브라함 가족의 집'. 이슬람 모스크와 시나고그(유대교 회당), 천주교 성당 등 3개 종교 시설이 서로 100여m도 떨어지지 않은 채 설치되어 있다. 높이와 크기, 재질까지 모두 동일하게 설계됐다./아부다비미디어오피스

지난해 2월 개소한 ‘아브라함 가족의 집’에선 ‘종교적 포용성’까지 갖추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곳엔 이슬람 모스크와 시너고그(유대교 회당), 천주교 성당 등 3개 종교 시설이 서로 100여m도 떨어지지 않은 채 설치됐다. 높이와 크기, 재질까지 모두 동일하게 설계된 모습이었다.

그래픽=김의균

‘이미지 변신’의 성과는 경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UAE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230억달러(약 30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10% 늘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UAE로의 FDI 유입액은) 전 세계 FDI가 코로나 팬데믹 등 영향으로 12%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며 “걸프 국가들은 수입 대부분을 석유나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지만, UAE는 금융·무역·관광 등 수입원을 다양화해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로, 2009년 한국전력과 삼성물산 등이 수출 계약을 따내 세운 '바라카 원전' 3호기 전경/한국전력

◇“韓처럼, 기술 수출국 될 것”

아부다비의 변신은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2009년 한국전력과 삼성물산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코리안 팀’은 아라비아반도 전체에서도 최초 원전으로 꼽히는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수출 계약을 따냈다. 한국이 세운 원전 4기는 현재 전(全) 가동되는 상태다. 원전은 아부다비가 세운 ‘석유 다음의 먹거리(Next Oil)’ 계획의 핵심 자원이기도 하다. 아부다비는 바라카 원전을 주축으로 전체 전력 사용량의 25%를 원전이 담당하도록 가동력을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만난 마시모 팔치오니 아부다비 투자진흥청(아디오·ADIO) 최고경쟁력책임자/김동현 기자

현재 UAE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총 178곳. 이 중 네오플라이(블록체인), 베스핀글로벌(클라우드), H20호스피탈리티(관광), K-BTS 컨소시엄(애그테크) 등 4곳은 아부다비 투자진흥청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마시모 팔치오니 아부다비 투자진흥청 최고경쟁력 책임자는 “독보적인 자율 주행 기술을 갖춘 현대처럼 한국 기업들은 첨단 기술에서 ‘굉장히 앞서나가(very advanced)’ 있다고 본다”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이 ‘기회의 땅’ 아부다비를 찾아 우리와 시너지를 내길 희망한다”고 했다.

파이살 ATRC 총장은 한국과의 협력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한국은 기술을 갖추지 못한 국가라도 정부·민간이 힘 합쳐 노력하면 수십 년 만에 기술 수출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모범 사례”라며 “UAE도 모든 자산을 활용해 (한국과) 같은 길을 걸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더 많이 협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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