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결단했지만...'중대재해법 유예' 끝내 외면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법 개정을 끝내 거부했다.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 처리를 위한 최종 협상조건으로 내세웠던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윤석열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소용없었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의 반발이 부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및 산업안전보건지원청 2년 후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국민의힘의 제안을 끝내 거부했다. 거부 이유에 대해선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생명과 안전이 우선한다는 기본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립이 필요하단 입장에 변함은 없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유예하는 것과 산안청 설립을 맞바꾸지 않겠다는게 의총의 결론"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 처리를 위한 최종 조건으로 산안청 설립을 내세운 바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산안청 연내 설립과 산업재해 예방 예산을 1조2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튿날 홍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산안청 연내 설치와 관련된 구체적 계획을 가져와야 법 적용을 유예할지 말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여당 원내지도부가 산안청의 조사 기능을 제한하되 예방과 지원 기능을 강화해 설립하되 개청 시점은 2년 후로 하는 중재안을 만들어 대통령실에 수용을 설득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이 방안을 받아들이면서 여야 협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83만 중소기업인과 800만 노동자를 위해서 꼭 유예가 필요하다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원내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위해 정말 사정 사정을 해왔다"며 "대통령실과 관계부처를 설득한 것도 윤 원내대표"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을 하면서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논의를 장시간 했다"며 "현장에서 워낙 어려움 심각하고 800만 근로자 일자리 관련된 문제라 어떻게든 원내대표가 민주당하고 협상해서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고 그날 만남에서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 원내지도부도 이날 국민의힘이 제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관련 중재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선 "여당이 정말 성의있게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했다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당초 협상의 최종 조건으로 산안청 설립을 내걸었던 만큼, 이날 여당의 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또 그동안 원내대표가 법안과 관련한 여야 협상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던 관례에 비춰볼때 의총의 추인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총을 거치면서 기류가 변했다. 15명의 의원이 토론에 나섰고 찬반은 반반으로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결론은 '거부였다. 표결도 없이 홍 원내대표가 결정을 했다고 한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찬반 토론을 거쳐서 (홍)원내대표가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날 결정을 두고 여권에선 최소한의 정치적 신뢰까지 걷어찬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가 계속 (민주당이) 원하는걸 거의 다 해줬자나. 그런데도(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열린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의 최종 목적은 산안청 설치가 아닌 그저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지 않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온갖 조건을 내걸며 유예를 해줄 것처럼 하더니 결국 83만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들, 그리고 800만 근로자의 삶의 현장을 인질삼아 희망고문을 해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수당인 국민의힘은 이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위해 입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며 "민생을 위해 국민에게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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