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금지된 유해 제품, ‘알리’ 직구로 쉽게 살 수 있다니
국내에서 판매 금지된 방향제·세정제 등 화학 제품이 중국 온라인 쇼핑앱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있는데도 알리·테무 등에서 주문하면 국내 소비자 문 앞까지 바로 배송돼 당국의 관리망을 피하고 있다. 이런 제품을 쓴 뒤 건강 등에 문제가 생겨도 관련 규정이 없어 처벌이나 보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직구(직접 구매) 상품은 현재로선 소비자가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환경부는 온라인 사이트 ‘초록누리’에 국내에서 팔 수 없거나 회수 조치된 생활 화학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대부분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표시 기준을 어긴 제품들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2022년 10월 ‘레몬 사쉐(sachet·향을 내는 주머니)’에 대해 수입 금지와 판매 금지, 회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알리에선 20개를 5100원에 살 수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작년 11월 휴대전화나 안경 등을 닦는 세정용 티슈를 판매 금지했지만, 알리에선 200개에 4400원이다. 모두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이다. 통관 절차는 있지만 유해성 등 안전 검사는 없다.
작년 환경부는 국내 수입 업체가 ‘구매 대행’으로 해외에서 수입한 세정제와 탈취제, 방향제, 살균제, 코팅제 2종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했다. 상품 90개를 검사했는데 40개가 국내 안전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뜻이다. 원산지 대부분이 중국이었다. 인체 유해 성분과 접촉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 쉽고 장기적으로는 호흡기 질환 등도 유발할 수 있다. 작년 안전성 검사에선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화학 물질 등도 검출됐다. 피부·호흡기·눈에 강한 자극을 주거나 마취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접촉성 피부염과 기침·호흡 곤란·두통까지 가져올 수 있다.
알리 등에서 화학 제품을 직구하면 유해 물질이 들어가도 정부가 일일이 걸러낼 방법이 없다. 최근엔 자동차 광택제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한다. 국내에서 2만~3만원대에 팔리는 차량용 광택제를 알리에선 5000원 이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가격 차가 크다 보니 자동차 동호회 등에선 ‘알리에서 구매한 광택제’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보고 중국산 직구 상품을 샀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11세 소녀는 테무에서 구입한 인조 손톱 접착제를 썼다가 화상을 입었다. 지난달 일본 국민소비생활센터는 알리가 판매한 ‘점 빼는 크림’을 발랐다가 화상을 입은 소비자가 나왔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염색제와 매니큐어, 화장품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해야 유통·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알리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우리 식약처의 허가 여부를 알 방법이 없다. 이날 식약처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해외 직구 식품 100개를 검사했더니 21개에서 국내 반입이 금지된 원료가 발견됐다.
환경부는 작년 6개 구매 대행 품목만 대상으로 했던 안전성 조사를 올해 20개 품목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구매 대행이 아닌 알리 같은 직구 상품에 대해서도 식약처와 관세청 등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며 “인체와 접촉하는 제품은 아무거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정부는 카드 뉴스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화학 제품 직구의 위험성을 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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