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친문 공천 딜레마 처한 이재명···“청산 과제는 검사독재”라지만
‘86그룹 두둔’ 발언에도 불구
친명계,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
상징성 큰 임종석에 고심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친문재인계(친문) 정치인 공천을 두고 딜레마에 처했다. 이 대표는 ‘청산 대상은 운동권이 아닌 검사 독재’라며 86그룹을 두둔했다. 하지만 정작 친이재명(친명)계 정치인들은 86그룹과 문재인 정부 장관·비서실장 등 요직을 거친 정치인에게 불출마·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에서) 운동권 청산(을 위한) 자객공천 얘기가 있는데 사실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청산 대상은 검찰판 하나회, 검찰 독재”라고 밝혔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본인도 586, 686 운동권을 청산하려는 것 아닌가. 임 전 실장을 배제하려는 것 아닌가.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을 (공천 명단에) 집어넣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86그룹이자 문재인 정부 인사인 임 전 실장의 총선 출마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친명계 김지호 전 이재명 대표 정무조정부실장은 지난달 29일 SBS 라디오에서 “임 전 실장 정도의 인지도면 윤석열 정권의 중심인 용산 같은 곳에 출마해야 하지 않았나”라며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튿날 같은 라디오에서 “친명, 친문을 가르지 말자고 계속하는데도 불구하고 김 전 부실장도 친명-친문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셔야 한다”고 반박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SNS에 임종석·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해 “책임지고 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두 비서실장이 총선을 나온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임 전 실장은 같은 달 29일 채널A 라디오에서 “못난 집안싸움이니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문재인 정부 비서실장·장관 출신 다선 의원들에게 용퇴를 요구한 바 있다.
86그룹·친문 의원에 대한 용퇴 요구는 ‘이 대표의 대선 패배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발탁한 문재인 정부 책임’이라는 일부 강성 지지층의 인식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은 ‘수박’(비명계 현역 의원을 일컫는 은어)을 경선에서 낙선시키고 친명계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을 탈당해 미래대연합에 합류한 조응천 의원은 1일 SBS 라디오에서 “제일 당도가 높은 저희가 나갈 때 ‘수박 나가면 멜론이 그다음 차례일 것이다. 친문도 언젠가는 (낙선 운동)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어쨌든 자리를 비워야 되니까. 계속 자리 내놔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상징성이 큰 임 전 실장 공천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이 출마를 준비 중인 서울 중성동갑은 이 지역 현역 의원인 홍익표 원내대표의 지역구(서울 서초을) 이동으로 전략선거구로 지정됐다. 전략선거구에는 청년·여성을 우선 공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가 혁신 공천을 명분으로 해당 지역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하고 임 전 실장의 공천을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성동갑 지역에서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 변호사였던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경쟁력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일각에선 “비명계·다선 의원들이 물러난 자리에 혁신 공천이 아닌 ‘찐명’ 공천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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