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위해 기간제 교원 채용…학교 비정규직 양산 우려

박고은 기자 2024. 2. 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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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늘봄학교(초등 전일제) 확대를 앞두고 올해부터 정규직 교원의 늘봄학교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계약직 교원의 채용 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기간제 교원 2000여명을 한시적으로 채용할 계획인데, 개학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기간제 교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부랴부랴 채용 요건 완화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학교 현장에선 늘봄학교 전면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학교 비정규직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계약직(기간제) 교원의 나이 제한을 철폐하고 직무 관련 제한된 과목을 확대하는 등 계약제 교원의 채용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국장은 1일 한겨레에 “늘봄학교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교사 채용에도 적용된다”며 “군·읍 단위의 학교에선 기간제 교사 구인에 어려움을 겪어 채용자격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신규업무를 맡기기 위해 올해 기간제 교원 2250명을 투입할 방침이다.

늘봄학교는 학교에서 이뤄지던 방과후 교실과 돌봄교실을 통합해 확대한 것으로, 원하는 학생은 아침 7시부터 최장 저녁 8시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올해 1학기엔 2000곳 이상,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에서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전면 운영을 시작한다.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개학까지 겨우 한달 남은 상황인데, 특히 시범 운영을 해보지 않은 학교들은 당장 인력과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늘봄학교 업무를 위해 채용된 기간제 교원은 교육 업무가 아닌 행정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1년을 기본 계약 기간으로 삼지만 사정에 따라 1년 이하 계약도 가능하다. 비교육 업무에 단기간 투입되는 셈이다. “기간제 교원은 내년 학교 내 늘봄지원실 설치와 늘봄학교 전담인력 배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인 올해에만 과도기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그러나 실장과 실무직원 등으로 구성될 늘봄지원실 설치 뒤에도 인력 문제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늘봄지원실장에는 지방 공무원을 증원·배치할 예정인데, 실무직원으로는 교육공무직을 비롯해 단기 계약직, 퇴직 교사, 대학생 자원봉사자 등이 언급되는 탓이다.

학교 현장에선 교육당국이 학교에 새로운 업무를 추가할 때마다 인력을 안정적인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메우는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학교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이미 엄청난 인력들을 비정규직으로 쓰고 있다”며 “무리한 추진으로 기간제 교원을 양산할 게 아니라, 애초 늘봄지원실을 정규 인력으로 구성할 수 있는 시기에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공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간제 교원은 교육공무원법상 △정규 교원이 휴직, 파견 등으로 직무를 이탈하게 돼 후임자의 보충이 불가피한 경우 △특정교과의 한시적 담당이 필요한 경우 등을 사유로 채용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담임이나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를 맡기는 등 정규 교원과 유사하게 운용하는 게 현실이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중·고 교원(강사 제외) 44만497명 가운데 기간제 교원은 6만5756명(14.9%)에 이른다.

늘봄지원실 설치 뒤 교육부가 실무직원으로 두려는 교육공무직 또한 학교 내 대표적인 비정규직이다. 대부분 무기계약직인 교육공무직은 이미 16만8825명에 이른다.(교육부 ‘2021년 교육공무직원 실태조사’) 직종은 급식실 조리원·교무행정·특수운영직·돌봄·사무행정 등 60여개로 파악된다. 특히 2010년 무상급식 확대로 조리사 등 급식 종사원 수가 급증했는데, 이들은 당시 기간제·파견 용역직으로 채용됐다가 이후 고용과 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자,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공무직(무기계약) 신분으로 전환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늘봄학교 운영에서 교사를 제외하면 결국 가용 인력은 학교 비정규직과 지방 공무원인데 왜 당사자를 위한 안내조차 없느냐”며 “학교장이나 관리자들은 늘봄학교의 모든 업무를 돌봄전담사 등 교육공무직에 다 떠넘길 태세다. 혼란과 불만이 수습될 수 있도록 교육부는 늘봄학교 신규업무를 담당할 안정적 인력 대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규직 교원들도 한시적 인력 투입으로는 늘봄학교의 질이나 정책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정책 시행 초반에는 기간제 교원 등 한시적 인력을 채용할 예산을 지원해주다, 정작 정책이 자리 잡을 때가 되면 예산·인력을 줄이는 게 교육부의 패턴이었다”며 “늘봄학교는 국민적 수요가 크고 연속성이 필요한 정책인 만큼 한시적 인력이 아닌, 정규 인력을 채용해 전담인력에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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