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특례 추진에…환자단체 "입증책임 전환" 의협 "적용범위 넓혀야"

김규빈 기자 강승지 기자 2024. 2. 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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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고소·고발 있다고 즉시 조사, 환자 위험에 빠뜨리는 일"
환자단체 "특례법 추진 철회"…의료계 "안전망 되긴 어려워"
3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1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기로 하면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 발표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24.1.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보건복지부는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중 하나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모든 의료인이 책임보험과 공제에 가입하는 걸 전제로 한다. 특례법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제기가 불가능하고, 피해 전액 보상 종합보험·공제 가입시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면 감면한다.

환자의 동의가 없거나, 의학적 판단 근거가 없을 때, 조정·중재 절차에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특례 적용에서 제외한다.

특례가 적용되는 의료사고 범위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위원회가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사망사고를 포함할지 여부, 미용·성형 의료사고는 제외할지 여부 등은 향후 논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 분쟁 시 수사 및 처리 절차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고 원인에 대해 신속하게 규명하면서도, 의료인에게 수사 절차와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정을 정비해나가겠다"며 "고소 절차 중 범죄가 아닌게 확실할 경우 조기에 조사를 종료하고, 불필요한 소환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 사건 한 건을 처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다른 일을 못 하고, 미제 사건을 수백 건 공부했다"며 "영문과 국문으로 된 의료 책자를 읽어보고, 사진·영상을 전부 사무실에 붙여놓은 채 막대한 시간을 투입했다"고 했다.

이어 "그만큼 열의를 가지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사건을) 처리하기 어렵고,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준비도 없이 그냥 의사를 부르고 조사하고 압박하면 (의사들은) 병원을 떠나게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료 사고 관련 고소·고발이 있다고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환자를 정말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법무·정책적 입장에서 (수사를) 좀 신중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적용 사례도 분만 외에 '소아진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무과실 분만 사고와 같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 대한 국가 보상금 지원 규모를 현재 70% 수준에서 100%로 확대한다. 무과실 분만 사고 국가 보상금은 전액 국고로 지원한다.

환자단체는 특례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책임은 현재도 환자에게 있는데, 앞으로는 피해 구제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백혈병환우회·암시민연대 등 8개 환자단체가 소속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례법 추진계획을 철회하고,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의료인을 대상으로 형사고소를 최대한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적·제도적 개혁부터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들의 필수의료 과목 기피 해소를 위해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 놓고는 슬그머니 모든 진료과의 형사책임을 면제하도록 내용을 확대했다"며 "심지어 사망이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특례를 적용할지 검토하겠다며 포함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벤치마킹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는데도 '중상해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 단체는 환자의 의료사고 입증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환하라는 내용의 입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사고 관련 입증 책임이 피해자 측에 있는 한 피해자와 유족의 상황은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인이 의료사고에 대해 설명·사과하도록 하고,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입법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도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의 입장이 반영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특례법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료사고시 안전망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의사가 필수의료 업무 중이어야 하며, 책임보험과 공제에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골자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정책 발표 후 입장문은 통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라는 특례법 도입 취지를 적극 고려하고, 안정적인 필수의료 환경 조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 및 모든 진료과목을 포함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례 적용 범위에 미용·성형 분야를 배제시킨 것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특례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효성 여부는 의문스럽다"며 "화상, 구순구개열 치료는 성형 수술에 속하지만 '미용'이 아닌 '재건' 수술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의료에 속하는데, 단지 미용·성형에 속한다고 '특례법'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실적으로 특례 적용 범위를 나눈다는 거 자체가 어려울 것이고, (법안이) 도입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조언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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