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터널 지나는 LG화학…'질적 성장' 승부수 걸었다
시황 악화 및 역래깅 영향…석유화학 적자 전환
"신사업 3년간 4조씩 투입…차입규모 조절은 과제"
LG화학도 예외 없이 석유화학 시황 침체의 늪에 빠졌다. LG화학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감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원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전방산업 부진 여파로 올해 업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LG화학은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3대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2~3년간 이어질 투자를 위해 차입에 적극 나서는 한편 포트폴리오 조정·자산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도 갖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첨단소재·석유화학 부진…생명과학 '매출 1조'엔 눈길
LG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5조2498억원, 영업이익 2조529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8.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1% 감소한 수치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을 제외했을 때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26조6000억원, 3660억원 규모다. 전년 대비 각각 13.9%, 79.5% 줄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 따른 리튬 가격 급락, 석유화학 시장 부진 등 영향이 컸다. 특히 주력 부문인 첨단소재 수익성 악화가 주효했다. 양극재 판가와 물량 모두 하락하면서 역래깅 효과가 발생했다. 지난해 첨단소재부문 영업이익은 585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6% 감소했다.
올해 첨단소재 부문은 OLED 재료와 반도체 소재, 재생 플라스틱 등 같은 차별화 제품에 공을 들이고, 원가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부문도 적자 전환했다. 해당 사업부는 앞서 2021년 4조820억원, 2022년 1조750억원 등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수익성 하락이 지속 악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석유화학 부문은 기보유한 범용 제품군의 경쟁력 확보 및 효율화, 고부가 사업 역량 강화, 신사업 육성을 통한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 등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한다. 고부가 제품 매출을 늘리기 위해 관련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으며, 친환경 지속 가능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차동석 LG화학 CFO 사장은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산업의 시황 악화가 지속됐다"며 "전기차 수요에 대한 시장 우려와 함께 리튬 등 원자재 가격 급락이 매출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외부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극심했던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생명과학 부문도 전년 대비 60.8% 줄어든 영업이익 290억원에 그쳤다. 다만 매출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하면서 업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월 인수한 '아베오'의 매출 효과로, 본부 단위 처음으로 '조 단위'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내 매출 1조원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10여개사가 전부다.
이러한 기세를 잇기 위해 생명과학 부문은 글로벌 혁신 신약 출시에 박차를 가한다. 관련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만 총 3개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을 앞두고 있다.'3대 신성장동력' 투자 박차…"변곡점 될 것"
LG화학은 올해도 업황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이 지속적으로 지지부진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도 꺾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LG화학은 '3대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앞서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2022년 2월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현재 매출의 2배가 넘는 60조원을 달성, 친환경 고부가 신사업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블루오션 시프트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엔 신성장동력에 대한 계획을 제안했다.
지난해 5월께 LG화학은 장래사업·경영계획 정정 공시를 통해 2030년 3대 신성장 동력 매출 목표를 기존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전체 매출 목표를 기존 60조원에서 70조원으로 높힌 바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지난해 3대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약 3조40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했다. 올해는 북미 양극재 건설이 본격 착수됨에 따라 전년 대비 투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차 사장은 "올해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및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3대 신성장동력 육성에 있어 실질적 성장과 수익성 개선의 변곡점이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2∼3년 동안은 4조원 전후의 투자가 매년 집행될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현금 창출 능력이 다소 저하된 상황으로, 전체적인 현금흐름은 2조∼3조원 적자가 예상돼 대부분 차입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차입 조달과 관련해선 아직 글로벌 신용등급이나 재무 건전성을 벗어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방안을 신중히 고심하고 있다.
차 사장은 "지난해 IT 필름 사업을 매각했던 것과 같이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자산 효율화, 운전자본 최적화 등을 통해 건전한 재무 건전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LG화학의 부채비율은 89.2.%로 전년 대비 7.8.%포인트(P), 순차입금비율은 31.2.%로 전년 대비 11.3%P 각각 높아졌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