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우주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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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핵융합이 멈추고 마침내 생명을 다한 별은 폭발하며 원소 알갱이들을 우주에 흩뿌렸다.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애초에 우주의 티끌이었고, 죽은 뒤 다시 우주의 티끌로 돌아간다.
'우리는 우주에서 와서 우주로 돌아간다'는 이 간결한 명제는, 그 어떤 종교나 철학보다 큰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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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이 근원적 질문에 대해 천문학은 이렇게 답한다. "우주에서 와서 우주로 돌아간다"고.
천문학은 인류의 기원을 찾아 138억년 전 빅뱅 직후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태초의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밖에 없었다. 이 알갱이들이 부딪치고 뭉치면서 기체구름 덩어리가 생겼고, 이것이 수없이 뭉치고 뭉쳐 별이 탄생했다. 별의 중심부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면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었고 헬륨은 탄소로, 탄소는 네온으로, 네온은 산소로, 산소는 규소로, 규소는 철로 변했다. 중량 기준 우리 몸의 61%를 차지하고 있는 산소와 23%를 차지하는 탄소 등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생겨났다.
핵융합이 멈추고 마침내 생명을 다한 별은 폭발하며 원소 알갱이들을 우주에 흩뿌렸다. 폭발 과정에서 금과 우라늄처럼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도 생겨났다. 수없이 많은 별이 폭발하며 퍼뜨린 원소 알갱이들이 뭉쳐서 지구를 만들었고, 거기에서 나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나왔다. 원자적 수준에서 보면 내 몸의 구성 성분과 별의 구성 성분은 다르지 않다. '물아일체'라는 말은 과학적 사실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애초에 우주의 티끌이었고, 죽은 뒤 다시 우주의 티끌로 돌아간다. 과학적·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우주적 범위에서 인류 역사를 조망하는 '빅 히스토리'. 이 거대 인류사가 말하는 나라는 존재의 시작과 끝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와서 우주로 돌아간다'는 이 간결한 명제는, 그 어떤 종교나 철학보다 큰 위로를 준다. 나는 한편으로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존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38억년간의 기나긴 준비 끝에 나온 특별한 존재다. 셀 수조차 없는, 기적과도 같은 우연의 반복 끝에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는 얼마나 소중한가. 순간순간 나를 화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는 온갖 소동은 또 얼마나 하찮은가. 때로는 별의 일부로, 때로는 그저 한 점의 티끌로…. 우주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죽음 뒤의 나 또한 제법 근사하지 아니한가.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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