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발목 잡힌 K-방산… ‘30조 수출 잭팟’ 백지화 위기

IT조선 이성은 기자 2024. 2. 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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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산업계 ‘30조원 수출 잭팟’ 실현이 다시 미뤄졌다. 최대 30조원으로 추산되는 폴란드 방산수출 2차 이행계약을 위해 1월 임시국회에서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면 오는 8일까지 논의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전이 없다. 이 때문에 오는 4월 총선 이전에는 수은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은법 개정안은 2월 1일 열린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도 처리되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달 중 더불어민주당에 수은법 개정안을 논의할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자는 제안을 하기로 했다. 이로써 1월 15일 시작해 오는 8일 끝나는 1월 임시국회에서는 수은법 개정안 논의가 사실상 이뤄지지 못할 전망이다. 여야는 오는 19일부터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다음 임시국회에서 수은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4월 총선이 더욱 가까워지면서 법안 논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4월 총선으로 21대 국회 임기가 모두 끝나면 기존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자동 폐기된다.

폴란드는 국내 방산물량 수입을 위해 한국 정부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수출 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무기 등은 수출 규모가 커 수출 국가 공기업이 금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수은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인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확대가 필수다. 현행 수은법에는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한다. 2023년 수은의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원을 합해 18조4000억원이다. 이로 인해 개별기업에 줄 수 있는 정책금융 한도는 7조4000억원에 머문다. 수은은 폴란드 무기 수출 1차 계약 당시 6조원가량을 대출해주며 한도 대부분을 소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2020년 21대 국회 개원 이후 수은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2020년에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은의 자기자본 한도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23년 7월에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30조원으로 상향을, 2023년 7월에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5조원으로 올리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역시 다른 국가나 정부를 구매 당사자로 할 경우 신용공여 한도를 예외로 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수은법 개정안 발의에 한뜻을 모았지만 지금까지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야당의 ‘김호 5호선 연장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법안 단독 의결 등 다른 사안에 치중된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은법 개정안 이외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여야 쟁점 법안이 늘면서 여야가 정쟁을 이어가는 사이 수은법 개정안은 뒷전에 물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수은법 개정안이 대형 방산기업에 특혜를 몰아 줄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등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 K2 전차가 폴란드에 도착했다. / 현대로템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672문, 천무 다연장 로켓 288문 수출하기로 약속한 뒤 같은 해 K9 자주포 212문, 천무 218대 등 124억달러(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을 이행했다. 2023년 12월에는 남은 물량인 K9 자주포 152문에 대한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 공급은 아직 전체 수출 약속 물량의 절반가량인 308문이 남은 상태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1차 수출계약을 통해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했다. 2차 계약 물량은 820대가 남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우 FA-50 경공격기 48대를 폴란드에 수출하기로 했다. FA-50 48대 중 지금까지 12대를 납품했다. 나머지 물량 36대는 폴란드 공군 요구에 맞춰 FA-50PL로 개발해 오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납품할 계획이다.

이번 수은법 개정안 통과 불발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기업은 현대로템이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2차 계약 물량은 전체 30조원 규모 중 20조원에 달한다.

이들 계약 물량은 금융 지원을 전제로 한 ‘조건부 계약’이다. 2차 계약 물량은 최종적으로 수주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수출 계약 시한은 6월 말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잔여계약 무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는 국회에 계류된 수은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최근 K-방산 수출금융 주요 이슈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수은법의 신속한 개정 여부가 폴란드 2차 이행계약 성공의 핵심이다”며 “향후 K-방산 수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선 선진국 수준의 수출금융제도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T조선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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