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대학 총장에게 듣는다] "학과 통폐합으로 대학 경쟁력 높일것"
인문학·예술 학과 중요하지만
미래 맞춰 융합학부 변신 필요
2025년엔 100% 학부로 선발
석유화학단지 연구원 강의 등
산업현장 연계 교육 강화할것
2024학년도 울산대 모집정원은 2504명으로 작년보다 223명 줄었다. 재작년 도입한 '학사조직개편 및 정원조정 등에 관한 규정'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70% 미만인 경우 모집을 중지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을 적용해 8개 단과대학에서 정원감축(70명)·모집유보(153명) 조치를 시행한 결과다. 미래 수요가 격감하는 전공을 중심으로 감축했다고 울산대는 설명했다.
최근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학과 중심의 경직된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대학의 존립이 도전받는 시대"라며 "시대적 수요에 맞춰 대학 학과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울산대는 과감한 학과 통·폐합을 내세우며 정부의 대학혁신 지원사업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됐다. 10개 단과대학·51개 학부(학과)를 6개 단과대학·16개 융합학부 체제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의과대학 등 특수학과를 제외한 모집정원의 100%를 융합학부·자유전공학부로 모집할 계획이다. 오 총장은 "미래 사회 수요에 맞게 전공선택 유연성을 확대하고, 학생설계전공 트랙도 구축하겠다"며 "글로컬대학 선정을 계기로 학과 간 장벽을 허물겠다"고 했다.
'대학 구조조정'은 오연천 총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가운데 20세기식 학문 분류에 따라 기계적으로 정원을 배분하는 것은 대학의 존재 가치를 제약한다는 판단에서다. 울산대 내규는 충원율·취업률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학과 축소, 나아가 폐과도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오 총장은 "'울산대가 견고하게 존립할수록 대학 주체의 미래 가치가 향상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학내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환경도 호의적이다. 교육부는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을 통해 대학들에 연간 수천억 원을 지원하며 정원 감축을 독려하고 있다.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도 지난해 그에게 세 번째 총장 임기를 안겨주며 리더십에 힘을 실어줬다. 역대 울산대 총장 중 3연임은 처음이다. 다만 철학과·관현악과 등 구조조정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관현악과 정원 감축에 대해 "울산 시민들의 삶의 질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오 총장은 "대학의 구조조정은 해당 학문의 가치와 중요성을 판별하는 작업이 아니다"며 "인문학과 예술은 여전히 우리 삶의 중요한 에센스"라고 부연했다. 다만 상당수 기초학문이 독자적 학과로서 존립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그렇다면 협소한 칸막이 속에서 전통적 교육방식에 얽매이기보다는 대학 전체 학생들의 지적 토양을 심화시키는 '역할 진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 총장은 "우리 사회와 학생들의 미래 수요에 걸맞은 유연한 트랙을 통해 근원적 경쟁력을 배양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라고 했다.
지역의 지적 기반 강화와 더불어 울산대의 핵심 교육목표 중 하나는 울산 산업에 미래 인재를 공급하는 것이다. 중공업·자동차·화학·비철금속 산업 등이 꼽힌다. 글로컬 대학 심사 때에도 울산대는 '지역 산업 대전환을 견인하는 지산학 일체형 대학'을 표방하며 "지자체·기업·대학이 일심동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오 총장은 "석유화학단지 연구원들이 울산대에서 강의하고, 울산대 교수는 석유화학단지 현장에 가서 현장에 필요한 기반교육과 기술교육을 실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지원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대는 글로컬대학 지원액 1000억원과 별도로, 산업육성 기금 1200억원도 조성했다. 오연천 총장은 "이를테면 글로벌 선도 연구를 위해 독일·일본 등 선진 경쟁국들의 우수 학자를 초빙해 화학산업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명예 연구지원팀장을 맡겠다"고 했다.
[울산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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