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영업정지 8개월' 철퇴에 GS·동부·대보건설 반발, 소송전 예고
영업정지 대상으로 지목된 세 건설업체는 모두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소송을 통한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이번 행정처분이 실제 영업활동에 지장을 줄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일 GS건설과 동부건설, 대보건설은 국토부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국토부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 대해 GS건설·동부건설·대보건설 등 5개 건설사업자에게 영업정지 8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국토부는 이들 업체가 '건설산업기본법'상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함으로써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켰다는 것을 영업정지 사유로 들었다.
영업정지 부과 기간은 오는 4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이며 세 기업의 처분대상 업종은 토목건축공사업과 조경공사업이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민간공사과 관급사업에서의 계약 체결과 입찰 참가 등 신규 사업과 관련된 영업 행위가 금지된다. 영업정지 처분 이전에 도급계약을 맺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허가나 인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는 계속 시공이 가능하다.
국토부의 이번 행정처분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부실시공 문제에 대해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시공사들의 법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8개월 동안 영업정지를 받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신규 수주가 막히며 재무 건전성 또한 악화될 수 있어서다.
GS건설은 곧바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행정제재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처분사전통지서를 수령한 이후 12월 국토부와 서울시 청문 절차를 각각 거쳤고 1월 청문에서 추가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등 시공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소명을 다했다"며 "이번 영업정지 처분은 이러한 소명에도 시공사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GS건설로서는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와 목동 등 서울의 굵직한 도시정비사업이 예고된 올해 수주전 미참여는 GS건설에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단아파트 사고로 인한 보상금액에 해당하는 일시적 비용 5524억원이 반영된 탓에 올해 매출(잠정)은 전년 대비 9.2% 증가한 13조437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신규수주는 2022년보다 36.6% 줄어든 10조1840억원에 그쳤다.
동부건설도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용지 투자 대금 등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583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반면 순차입금은 전년말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한 52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KR)는 동부건설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에서 'A3'으로 내렸다. KR 측은 "수익성 하락 및 용지 투자로 재무부담이 확대된 점, 분양경기 등을 고려할 시 당분간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인 점 등을 반영했다"고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처분사전통지서를 수령한 이후 공동도급사로서 충분한 소명 절차를 거쳤으며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과 무관함을 증명하는 자료와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적극적인 소명에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 이번 국토부 행정처분에 대해 법적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대응 기간 동안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영업활동에는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보건설도 법적 대응 의사를 표했다. 대보건설 관계자는 "8개월 동안 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지 않냐"며 "다만 4월까지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의 판결 시까지 영업활동에 제약이 없다. 최소 수년 동안 영업활동을 문제 없이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행정소송은 2심제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통상 2~3년이 걸린다. 지난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 공사장 붕괴 사고의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소송도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아파트 신축 공사 중 지하 1층 상부의 약 1104㎡ 규모 슬라브가 무너지며 지하 2층 상부 슬래브(약 185㎡)까지 연쇄 붕괴되며 발생했다. 발주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서는 전단보강근 미설치, 콘크리트의 품질 저하, 지하주차장 상부의 초과 하중에 대한 조치 미흡 등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한 바 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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