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피터 신전엔 적막만… 이집트·레바논·요르단, 13조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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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바알벡이다. 바알벡의 유적은 레바논이 세계에 자랑하는 보물로, 이곳 주피터 신전은 로마시대의 건축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로 꼽혀 매년 수십만 명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 이 유적지엔 적막만이 감돌고 있다. 레바논 베이루트 여행사의 매니저 후세인 압달라씨는 “이 도시는 완전히 비어있다”고 했다.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더해, 최근엔 홍해 등지에서 국지적 충돌까지 발생하며 화약 냄새가 짙어지자 중동 이웃국들이 경제 피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동 위기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상태지만, 초점을 중동 지역으로 좁히면 충격이 크다는 뜻이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부실한 정치 체제로 고통받고 있고, 이젠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험까지 안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동 국가는 이스라엘과 인접한 이집트·레바논·요르단이 꼽힌다. 이들 세 나라는 경제에서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다는 게 공통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9년 세 국가의 관광산업이 전체 상품·서비스업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50%에 이른다.
그러나 중동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은 물론 이웃 국가들도 여행객 감소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여행 산업 분석 업체 포워드키스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요르단행(行) 항공권 예약은 18%, 레바논행은 25% 감소했다. 예멘 후티 반군으로 홍해 일대 긴장이 높아지며 이집트가 수에즈운하를 통해 얻는 수익도 급감했다. 수에즈운하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초(1~11일) 기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줄고, 수익은 4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경제 상황이 가뜩이나 안 좋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북부와 국경이 맞닿은 레바논은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레바논의 경제 규모는 2019년 대비 58.1% 급감해 조사 대상인 193국 중 가장 큰 폭으로 축소됐다. 아랍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이집트(1억1448만명)도 디폴트 직전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팬데믹으로 관광업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외채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외채는 지난해 9월 기준 1645억달러로, 2020년(1297억달러)에 비해 약 27% 늘어났다. IMF에 따르면 요르단의 부채 규모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11.5%에서 올해 112.7%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해 12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이들 세 나라가 103억달러(약 13조7762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올해 말까지 이들 나라에서 약 23만명이 추가로 빈곤에 빠질 것으로 봤다. UNDP는 “세 국가에서 인류 발전이 최소 2~3년 정도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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